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2.1. 좋은 게 좋은 것



  쉰이라는 고개에 열이라는 고개랑 스물 서른 마흔이라는 고개를 돌아본다. 예순과 일흔과 여든을 내다본다. 나는 어느 고개에 있든 늘 같으면서 다르다. 먼저 어느 고개이든 “좋은 게 좋다”라는 말은 안 틀리되 나는 이 말이 흐르는 곳이 아니라 “사랑으로 풀고 품는 곳”에서 푸르게 놀고 파랗게 그리는 하루로 살자고 여긴다. 다음으로 어느 길에 서든 스스로 거닐며 언제나 노래씨앗을 심자고 여긴다.


  얼추 서른고개를 지날 즈음에는 ‘것’을 아무 데나 붙이는 말씨는 누구나 스스로 좀먹는 말씨앗을 심는 줄 알아차렸다. 이때까지 쓰던 말씨 가운데 ‘것’을 도려내고 솎아내고 씻어내느라 한참 걸리는데, 이다음으로 여러 미움말씨랑 굴레말씨를 새록새록 알아차리면서 늘 나부터 다시 일구자고 보았다.


  왜 굳이 나부터 갈아엎을까?


  남한테 시키거나 남을 나무랄 일이 아니더라. 나부터 못 하거나 안 하는 일을 어찌 아이들 곁에서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우리 집 아이들뿐 아니라 이웃집 모든 아이들 곁에서 살림짓기를 노래할 마음이다. 좋은 게 좋다며 퉁칠 적에는 누구나 제 숨결을 갉는다. 자꾸 어느 쪽을 좋아하면, 어느 한 쪽을 뺀 모든 쪽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면서 내치는 수렁에 잠기게 마련이다.


  나는 나를 바라본다.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그저 보고 들여다보며 살펴본다. 나는 너를 마주본다. 오직 사랑이라는 눈길을 그리면서 눈망울에 별빛 한 줄기가 어떻게 흐르는지 느낀다. 시골에 살기에 들숲바다를 품는 사람이 있고, 어느 곳에 있든 들숲바다를 그리면서 스스로 푸르게 우거지고 파랗게 하늘인 사람이 있다.


  좋은 게 좋다고 여기니, 나쁜 게 나쁘다고 여기면서 싸움불씨를 서로 심는다. 싸움씨나 불씨는 안 살리고 안 가꾼다. 모두 태우고 죽여서 잿더미로 간다. 곁님이 미리맞기(백신)가 끔직굴레인 줄 아느냐고 물어보았을 적에 어렴풋 헤아리기만 했을 뿐, 먼저 스스로 찾아볼 생각을 못 했다. 곁님이 애써 하나하나 찾아내어 가르치고서야 뒤늦게 눈뜨면서 엉금엉금 뒤따랐다.


  왜 스스로 먼저 느끼고도 스스로 안 찾아보았을까? 입으로는 “좋은 게 좋은 것이다”가 허울이고 눈속임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막상 몸을 나란히 안 움직인 탓이다. “사랑으로 풀고 품다”로 걸어가려면 늘 스스로 스스럼없이 한 발자국씩 디딜 일이다. 남이 해주기를 기다리는 하루란 아직도 굴레살이에 스스로 가둣 채 맴돌이를 한다는 뜻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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