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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똥꼬에게 - 2008년 제1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33
박경효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5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1.30.
그림책시렁 1506
《입이 똥꼬에게》
박경효
비룡소
2008.5.29.
우리 몸은 안 싸웁니다. 우리 몸은 다 다른 곳이 저마다 새롭게 어울립니다. 여러 손가락이며 발가락도 늘 어울립니다. 왼눈하고 오른눈도 어울리고, 왼귀랑 오른귀도 어울려요. 머리도 머리카락도 어울리고, 배꼽도 똥꼬도 어울립니다. 옆구리랑 배랑 종아리도 어울리지요. 허벅지와 뒷꿈치와 어깨도 어울려요. 목이며 가슴이며 등도 어울려요. 어느 하루라도 안 어울리는 몸이라면, 우리는 그만 곧바로 죽습니다. 우리가 숨을 누리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읽고 쓰고 다루고 짓고 빚고 걷고 서고 눕고 자는 모든 길이란, 한결같이 즐거이 어울린다는 뜻입니다. 《입이 똥꼬에게》는 얼핏 우리 몸이 저마다 제몫을 한다는 줄거리를 짠 듯싶습니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쌈박질’입니다. 설마 우리 몸이 저마다 ‘자랑질’을 할까요? 이 그림책은 마치 ‘싸우는 바보스런 나라’를 몸에 빗댄 듯싶은데, 아이들한테 몸을 들려주거나 보여주거나 알려주기에 너무 안 어울립니다. “늘 어울리며 빛나는 우리 몸”인데 “늘 툭탁거리고 자랑하고 따돌리는 바보짓”으로 줄거리를 짜도 될까요? 마지막에 이르러 자랑질을 멈춘다는 듯 그리지만, 마무리조차도 ‘어쩔 길 없이 봐준다’는 결입니다. 쌈질을 대놓고 드러내는 붓질로 너무 재미만 붙드는군요.
ㅅㄴㄹ
《입이 똥꼬에게》(박경효, 비룡소, 2008)
일 년에 한 번 있는 우리 몸의 생일날
→ 한 해에 하루 우리 몸이 태어난 날
5쪽
음식을 뒤섞으며 맛을 느끼게 해 주지
→ 밥을 뒤섞으며 맛을 느끼지
6쪽
우리 몸에 맑고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숨쉬기를 해
→ 우리 몸에 바람을 맑게 불어넣어
→ 우리 몸에 바람이 맑게 스미라고 숨쉬기를 해
7쪽
넌 정말 나의 둘도 없는 친구야
→ 넌 참 둘도 없는 동무야
8쪽
여러 가지 색깔들도 구별할 줄 알아
→ 여러 가지 빛깔도 볼 줄 알아
→ 여러 가지 빛깔도 가릴 줄 알아
9쪽
아마 코부터 다치게 될 거야
→ 아마 코부터 다쳐
11쪽
정말 기분 나쁜 소리군. 저 소린 대체 누가 내는 거야
→ 참 듣기 나쁜 소리군. 저 소린 누가 내나
→ 참 고약한 소리군. 저 소린 누가 내지
15쪽
똥꼬가 더러운 똥을 싸는 중이야
→ 똥꼬가 똥을 눠
15쪽
입은 기분이 좋아 다른 친구들에게 인사하기 시작했지요
→ 입은 즐거워서 다른 동무를 불러요
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