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14.
《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글/임미경 옮김, 밝은세상, 2017.12.15.
나래터를 들르고, 저잣마실을 한다. 새벽부터 신나게 일하고 보니 15시 무렵에 이르자 몹시 졸립다. 길에서 책을 읽기는 하지만 글을 쓰지는 못 한다. 다리를 쉴 곳을 찾아서 앉는다. 시골버스에서도 눈을 가만히 감는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발을 씻고서 자리에 눕는다. 《세 갈래 길》을 한창 읽다가 쉰다. 누구나 다 다르게 태어나서 저마다 다르게 살아간다. 우리 길은 두셋도 너덧도 대여섯도 다른 길이요, 온 갈래나 즈믄 갈래처럼 숱하게 뻗는다. 모를 적에는 모르기에 알아가고, 알 적에는 알기에 새롭게 알려고 한다. 그런데 “모르거나 아는 나”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적에는, 모를 적에도 조금 안 뒤에도 새로 배우지 못 한다고 느낀다. 꼭 어느 길을 골라야 하지는 않는다. 어느 곳에서든 스스로 일어서면서 하루를 가꾸기에 아름답다. 어느 때이든 스스로 일어나면서 오늘을 일구기에 빛난다. 배우려고 가는 길이다. 틀림없이 어느 길을 가되, 하나도 안 배우면서(받아들이면서) 목소리만 앞세울 적에는 그만 안 아름답고 안 빛난다. 안 배우기에 캄캄하다. 배우기에 밝다. 목청만 높이기에 안 아름답다. 살림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펴기에 아름답다. 꽃길(행복·소확행)인지 아닌지 따지지 말자. 그저 살림길을 지으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