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그날 - 6.10민주항쟁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유승하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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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22.

만화책시렁 613


《1987 그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글

 유승하 그림

 창비

 2020.4.2.



  들물결은 들풀이 이루는 바람노래입니다. 들풀은 한마음으로 뭉치면서 한덩이로 확 일어납니다. 이러고서 모두 제자리를 찾아서 산들산들 춤사위예요. 어느 풀줄기가 앞장서지 않되, 어느 풀줄기도 뒤에 숨지 않아요. 모든 풀포기는 어깨동무로 푸르게 빛나면서 푸른별을 싱그러이 덮습니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을 내세우는 《1987 그날》을 읽으며 숨막혔습니다. 들물결은 ‘서울에서 대학생과 천주교회’만 했을까요? 부산에서 인천에서 대구에서 대전에서, 또 청주에서 진주에서 순천에서 원주에서 뭇사람이 다 다르게 어울리면서 일어난 물결일 텐데, 어쩐지 ‘민주화운동 역사’는 ‘서울·대학생’에다가 《1987 그날》처럼 ‘지식인·예술가·천주교회’만 했다는 듯이 그리기 일쑤입니다. 알고 보면 모든 사람이 한뜻으로 들물결이었기에, 모두가 ‘민주화유공자’입니다. 어느 들꽃도 ‘유공자’로 나설 까닭이 없는 일이요, 이제 우리는 “들물결을 일으켜서 무엇을 하고 아이들이 어떤 나라에서 어떻게 꿈을 그리는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오늘”로 나아갈 노릇인지 밝힐 일이라고 봅니다. 어제만 높이면 오늘도 모레도 수그러들어요. 어제·오늘·모레는 나란히 걸을 노릇인데, 어쩐지 그분들은 자꾸 뒤에서 옛타령만 한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그림은 무슨 얼어죽을 그림이야. 예술 같은 건 다 먹고살 만한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밥 타령, 돈 타령 좀 그만해! 그림도 이 세상에 다 쓸모가 있어!” (29쪽)


“국졸이 묵비권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써?” “어휴.” (53쪽)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세상을 꿈꿨지만, 택하는 길은 서로 달랐다. “지금은 학생운동의 대동단결이 중요…….” “아니야, 민중과의 연대가 더 시급해.” “서로 발언권은 존중해 줍시다.” “내가 말하던 중이었잖아.” (71쪽)


‘철아, 너의 죽음마저 거짓으로 묻히게 할 수 없다.’ (97쪽)


‘언니가 가고서야 언니가 졌던 짐이 비로소 보였어. 언니는 이기적이지도 비겁하지도 않았어.’ (146쪽)


+


《1987 그날》(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유승하, 창비, 2020)


대충 이쪽으로 가면 나올 것 같은데

→ 얼추 이쪽으로 가면 나올 텐데

→ 아마 이쪽으로 가면 나올 듯한데

13쪽


하도 졸라서 친구 된 죄로 나가 본 거야

→ 하도 졸라서 동무인 잘못으로 나가 봤어

→ 하도 졸라서 동무인 탓에 나가 봤어

18쪽


어이구 매워, 어디 최루탄이라도 터졌나

→ 어이구 매워, 어디 눈물펑이라도 터졌나

→ 어이구 매워, 어디 매운펑이라도 터졌나

18쪽


오셨으니 일단 견적을 봐주세요

→ 오셨으니 뭐 값을 봐주세요

→ 오셨으니 먼저 봐주세요

33쪽


회색 벽이 싫다는 거 보니

→ 잿빛담이 싫다고 하니

→ 잿담이 싫다는 꼴 보니

53쪽


이제부터 묵비권 행사하겠소

→ 이제부터 입을 다물겠소

→ 이제부터 말을 않겠소

53쪽


왜 주장이 다르냐고? 우선순위가 다르니까

→ 왜 말이 다르냐고? 앞자리가 다르니까

→ 왜 얘기가 다르냐고? 첫자리가 다르니까

70쪽


택하는 길은 서로 달랐다

→ 가는 길은 서로 달랐다

→ 고른 길은 서로 달랐다

71쪽


서로 발언권은 존중해 줍시다

→ 서로 말틈은 지켜줍시다

→ 서로 목소리는 헤아립시다

71쪽


내가 말하던 중이었잖아

→ 내가 말하잖아

→ 내가 말을 하잖아

71쪽


아주 데모 선행학습을 하고 들어오셨지

→ 아주 미리 들너울을 하고 들어오셨지

→ 아주 진작 너울길을 하고 들어오셨지

77쪽


추도회도 못 하게 해

→ 눈물날도 막아

→ 슬픔날도 못 해

104쪽


이 간단하고 당연한 걸 말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린 건지

→ 이 쉽고 마땅한 일을 말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 이 수월하고 뚜렷한 길을 말하려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19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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