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5.


《어떤 동사의 멸종》

 한승태 글, 시대의창, 2024.6.17.



옆마을로 걸어간다. 한가위를 앞두고 시골에 쇳덩이도 사람도 늘어난다.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는 텅 비지만, 가게는 그야말로 미어터진다. 시끌벅적한 소리도 사람도 쇳덩이하고도 등지면서 ‘우리말로 노래밭’ 열넉걸음을 편다. 한가위란 무엇일까. 삶과 사람은 무엇일까. 왜 설과 한가위에만 시골집으로 돌아오는가. 왜 여느때에는 서울에서 바글바글 쳇바퀴로 살아야 하는가. 왜 한가위랑 설에는 시골도 시끄러워야 할까. 《어떤 동사의 멸종》을 읽으면서 한참 갸웃했다. “일한 나날과 자취”를 담은 글은 뜻있되, “글로 쓰려고 굳이 일한 티”가 물씬 난다. 삶을 밝히려고 일하지 않고, 살림을 지으려고 일하지 않고, 사랑을 배우고 펴려고 일하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늘 괴롭고 힘겹고 고단하면서 지치게 마련이다. ‘힘듦’으로 따지면 안 힘든 일이 없다. 왜 그럴까? 모든 일에는 “힘을 들여”야 하기에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힘을 들여야 한대서 ‘힘듦’만 쳐다본다면, ‘일’이 왜 ‘일’인지 못 본다. ‘일·일다·일으키다·일어서다’는 같은 낱말이다. ‘잇다·있다·이·임(님)·이곳·이제’도 밑동이 같다. 먼저 삶·살림·사랑을 품고 나누려는 뜻으로 즐겁게 일하고서, 글은 한참 뒤에 쓰시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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