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3.
《미래 세대를 위한 우주 시대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 2024.4.5.
오류동에서 새벽을 맞는다. 길손집은 12칸이다. 높다란 데에서 마을을 둘러보니 촘촘하게 올라오려는 잿집더미가 안쓰럽다. 12칸 높이에서는 풀벌레노래가 안 들린다. 전철로 서울로 간다. 〈글벗서점〉에 들러 책을 살핀다. 이미 읽은 책을 되읽고, 아직 안 읽은 책을 처음으로 뒤적인다. 낱말책을 짓는 밑감으로 삼을까 싶어서 고르다가도 내려놓는 책이 많다. 적잖은 ‘국어학 논문’은 ‘학위 취득 목적’으로 쓴 글이기 일쑤라, 슥 훑다가 고개를 젓는다. 빗방울이 듣는다. 〈숨어있는 책〉으로 건너간다. 16:20 시외버스를 앞두고서 책을 더 읽고 살핀다. 두 군데에서 장만한 ‘새 헌책’이 큰 꾸러미이다. 굵은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는다. 한가위를 앞두고 더 늘어난 사람물결을 가르며 겨우 버스를 탄다. 《미래 세대를 위한 우주 시대 이야기》를 읽었다. 한자말로는 ‘우주’인데, ‘집(宇) + 집(宙)’인 얼개이다. 곰곰이 보면 우리말 ‘집’이 “너른 누리”를 가리키면서, “모든 터전”을 나타낸다고 여길 만하다. “집 = 짓는 움”이기도 하다. ‘짓’은 “지어내는 길”이니, 바로 ‘집(작은곳)’부터 모든 씨앗이 깨어나고 자라면서 ‘누리(큰곳)’로 뻗는데, 모든 온누리도 또다른 집(씨앗)이라는 얼거리를 알아본다면 눈길을 틔울 테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