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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ㅣ 네버랜드 클래식 31
E.T.A. 호프만 지음, 문성원 옮김, 에바 요안나 루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8년 12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1.13.
맑은책시렁 273
《호두까기 인형》
E.T.A.호프만 글
에바 요안나 루빈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6.12.20.
눈을 뜬다고 할 적에는 여러 뜻입니다. 느긋이 자고서 새로 하루를 맞이한다는 뜻이고, 이제껏 못 보던 모습을 스스로 알아보려고 틔운다는 뜻이고, 어느새 철이 들며너 둘레를 품는 마음으로 일어선다는 뜻입니다.
눈을 안 뜬다고 할 적에도 여러 뜻이에요. 잠자리에서 사납게 시달린다는 뜻이고, 여태 안 보던 모습을 아직도 안 보려고 웅크리거나 닫아건다는 뜻이고, 좀처럼 철이 안 들 뿐 아니라 둘레를 못 품는 좁은 수렁에 사로잡힌다는 뜻입니다.
오랜 이야기인 《호두까기 인형》(E.T.A.호프만 글·에바 요안나 루빈 그림/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6)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 삶을 빗대어서 풀어냅니다. 겉으로만 훑으면 도무지 못 알아보는 줄 짚어요. 속으로 바라보고 풀려고 하기에 서로 기꺼이 마음을 틔워서 만나는 길을 속삭입니다.
무엇이 값질는지 헤아려야 합니다. 무엇이 삶이고 살림이며 사랑인지 알아보려는 눈을 뜰 일입니다. 무엇이 서로 잇는 줄이나 끈인지 익혀야 합니다. 오늘 이 하루를 어떻게 가꾸고 돌보기에 스스로 반짝반짝 깨어날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값지거나 비싸기에 좋지 않아요. 그렇다고 나쁘지 않아요. 값진 것은 값질 뿐이고, 비싼 것은 비쌀 뿐입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여기는 것이나 곳에는 ‘좋음·나쁨’이 도사릴 뿐, ‘살림·사랑’은 못 깃듭니다. 살림과 사랑이 못 깃들면 숲하고 동떨어져요.
좋으냐 나쁘느냐 하고 다투는 사이에 살림하고 사랑 모두하고 멀다면, 이 하루는 무슨 보람일까요? 좋으냐 나쁘느냐 하고 툭탁거리느라 숲을 잊는다면, 우리는 ‘시늉사람(인형)’일 뿐입니다.
ㅅㄴㄹ
마리는 이 다정해 보이는 인형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보면 볼수록 마음씨 좋아 보이는 인상이라고 굳게 믿었다. (25쪽)
“너무 화내지 마. 오빠도 일부러 널 골탕 먹이려고 한 건 아니야. 거친 병정놀이를 하다 보니 좀 드세진 것뿐이야. 내가 장담하는데, 오빠도 원래는 아주 착해.” (36쪽)
호두까기 인형은 예쁜 허리띠보다 마리가 준 소박한 리본으로 꾸미는 게 더 마음에 들었다. (48쪽)
“그렇지만 내가 아니라 바로 너, 오로지 너 한 사람만이 호두까기 인형을 구해 줄 수 있단다. 그러니 지금 그 마음이 변치 않도록 마음을 굳게 먹으렴.” (112쪽)
번쩍번쩍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 숲과 투명한 마지팬 성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나라, 그런 것을 볼 줄 아는 눈만 있다면 온갖 멋지고 근사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1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