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5.


《우리 옛집 이야기》

 박영순과 일곱 사람 글, 열화당, 1998.2.5.



작은아이는 하루앓이를 마치고서 씩씩하게 일어선다. 애썼구나. 이제 하나하나 새롭게 마주할 텐데, 아프거나 앓는 나날은 우리한테 나쁘지 않아. 포근히 쉬고 푹 자면서 우리 몸을 새롭게 돌아보는 때이지. 더 깊고 넓게 스스로 되새기며 보살필 길을 헤아리려고 아프거나 앓아. 아이를 토닥이고서 이불을 새로 빨래한다. 마당에 널어서 햇볕을 먹인다. 범나비 여럿이 가볍게 날개춤이다. 오늘도 무화과를 딴다. 무화과말벌도 같이 누린다. 낮에는 저잣마실을 살며시 다녀온다. 볕날이 뜨끈뜨끈 지나간다. 《우리 옛집 이야기》를 되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던 무렵에는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살던 터라 ‘옛집’이라는 이름을 슥 지나쳤다. 2011년부터 시골집에서 살아가기에 ‘옛집’이라는 이름은 안 맞는다고 느낀다. 비록 오늘날 시골살림을 짓는 사람이 1푼(1%)조차 안 된다고 여길 테지만, 한겨레가 스스로 짓고 가꾼 보금자리는 ‘살림집’으로 바라보아야 어울린다. 《우리 옛집 이야기》에 글을 실은 여덟 사람 가운데 ‘서울집’이 아닌 ‘시골집’에 깃든 이는 없겠지. 오늘날 ‘건축학자’도 흙집이나 돌집이나 나무집 아닌 잿집(아파트)에 깃들 테고. 뼈대만 보는 옛집이 아닌, 집을 둘러싼 들숲바다를 함께 읽어야 살림빛을 쓸 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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