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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ㅣ 핑거그림책 11
조미자 지음 / 핑거 / 2024년 5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0.31.
그림책시렁 1486
《크랙, 어른이 되는 시간》
조미자
핑거
2024.5.24.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에 일부러 영어나 한자말을 쓰는 분이 있는데, 하나도 안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에 영어나 한자를 글에 안 넣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애씁니다. 일본에서는 열한두 살 즈음에 이르면 한자를 아예 몰라서는 글을 못 쓸 테니, 천천히 한자를 가르치기는 하되, 섣불리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크랙》을 보는데 살짝 숨막힙니다. 아무래도 ‘어린이와 함께하는 그림책’이 아니라 ‘어른을 달래는 그림책’이라는 얼거리입니다. 그림님은 영어 ‘크랙’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이 영어를 좁은 굴레로만 다루는데, 우리말 ‘틈’은 대단히 넓으면서 깊은 낱말입니다. 이곳하고 저곳으로 쫙 벌어질 적에도 ‘틈’이지만, 모름지기 ‘틈’은 “바람과 물이 드나들 자리”입니다. 바람과 비(물)가 드나들기에 ‘틔울(싹틀)’ 수 있습니다. 풀씨와 나무씨가 싹트듯, 마음도 싹틔우고, 잎망울은 움트지요. 웅크리던 몸을 틔우는 자리라서 ‘틈’입니다. 또한 “말할 틈”과 “생각할 틈”이요, “쉴 틈”과 “놀 틈”이에요. 이러한 ‘틈’하고 비슷하면서 다른 ‘사이(새)’이니, 틈과 새를 붙여서 ‘틈새’를 쓰기도 합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서로 틈이 나기에 한때 멀 수 있지만, 서로 떨어진 틈을 내기에 스스로 돌아보면서 마음껏 자라는 겨를을 누립니다. 한때는 갈라지거나 쪼개지는 듯하지만, 알을 깨야 새로 태어나듯, 껍질도 껍데기도 허울도 쫙쫙 깨부수면서 스스로 틈을 내어 일어서기에 어른으로 피어납니다. 처음부터 실마리나 줄거리를 우리말 ‘틈’으로 바라보려고 했다면, 이 그림책은 확 달랐겠지요.
ㅅㄴㄹ
《크랙》(조미자, 핑거, 2024)
처음의 별처럼 다시 빛나
→ 처음별처럼 다시 빛나
→ 첫별처럼 다시 빛나
1쪽
갈라지고 터져 솟구친 그 틈 안에서
→ 갈라지고 터져 솟구친 곳에서
→ 솟구친 틈에서
1쪽
나무의 껍질을 본 적이 있어
→ 나무껍질을 본 적이 있어
8쪽
마치 거대한 협곡과 바위 같았지
→ 마치 큰 골짜기와 바위 같았지
8쪽
그래서였을까? 그 무렵 나는 그곳으로 이끌렸지
→ 그래서 그무렵 그곳으로 이끌렸을까
1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