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년 난 책읽기가 좋아
앤 파인 지음, 필리페 뒤파스퀴어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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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10.29.

맑은책시렁 334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년》

 앤 파인 글

 필리페 뒤파스퀴어 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2014.1.17.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 누구나 치마를 둘렀습니다. 치마는 순이만 두르는 옷이 아니라, 그저 “두르는 옷”이 치마일 뿐입니다. “꿰는 옷”인 ‘바지’입니다. 돌이만 꿰는 옷이 아니라, 그냥 꿰는 옷이 바지입니다.


  치마를 두르든 바지를 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온누리 웬만한 나라는 옷차림으로 자꾸 둘을 가르려 합니다. 누구나 긴머리나 민머리로 살아가면 되고, 누구나 치마이건 바지로 살아가면 됩니다. 누구나 꽃무늬옷이나 민무늬옷을 즐기면 되고, 이쪽은 이 옷만 둘러야 하거나 저쪽은 저 옷만 꿰어야 하지 않아요.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년》은 “Bill's New Frock”을 옮겼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꽃치마’를 두른 채 배움터로 가야 하는 머스마가 하룻내 겪는 일을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어른도, 스스로 마음에 드는 대로 옷을 입을 노릇입니다. 스스로 마음이 가는 대로 머릿결을 만지거나 다룰 노릇입니다. 스스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살림을 꾸려야지요.


  순이인가 돌이인가를 놓고서 둘을 바라볼 수 있되, 겉모습이나 몸빛으로 갈라치기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둘은 그저 달라요. 둘은 언제나 다르니, 다 다른 빛으로 마음을 그리고 생각합니다. 둘이 다르게 보며 살아가기에, 둘은 끝없이 말을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가꾸고 밝히고 넓히면서 어울립니다.


  아기는 왜 “다른 둘”이 만나야만 태어날까요? 아기는 왜 ‘엄마끼리’나 ‘아빠끼리’ 짝을 맺을 적에는 안 태어날까요? 이 대목을 곱씹을 노릇입니다. 순이나 돌이라고 하는 몸빛은 “사랑으로 나아가려고 서로 살피고 헤아리고 말을 나누면서 배우고 돌보고 아끼면서 살림하는 사이”입니다. 돌이는 순이를 몰라요. 순이도 돌이를 모릅니다. 둘은 섣불리 안 넘겨짚어야 합니다. 돌이는 순이한테 사근사근 말을 걸고서 듣기에 배웁니다. 순이는 돌이한테 소근소근 말을 걸고서 들으며 배웁니다.


  다른 둘은 다르게 일하다가도 한마음으로 일합니다. 다른 둘이기에 다르게 바라보고 느낄 뿐 아니라, “다른 둘이 한빛으로 나아갈 사랑”을 그릴 때에라야 비로소 아기를 낳는 살림길을 여는 줄 깨닫습니다. 혼자 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외곬로 치달으면 사랑이 없다는 뜻입니다. 홀로서기를 하기에 호젓하고 홀가분해요. 함께살기를 짓기에 하늘빛으로 하나를 이루는 파란바람을 새롭게 아기라는 숨결로 낳습니다.


ㅅㄴㄹ


아스트리드가 강당에서 나오며 담임 선생님인 콜린스 선생님한테 불평을 했다. “불공평해요! 왜 교장 선생님은 맨날 남자아이들한테만 물건 나르는 심부름을 시키셔요?” (15쪽)


“라푼젤은 왜 멀뚱멀뚱 앉아서 왕자가 구해 주기만을 기다려요? 이해가 안 돼요. 왜 라푼젤은 스스로 꾀를 내어서 탈출하려고 하지 않나요? 왜 자기 손으로 그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자르고 땋아서 밧줄을 만들어 그걸 타고 탑 아래로 내려갈 생각을 못했을까요? 라푼젤은 왜 멀뚱멀뚱 앉아서 멍청하게 왕자만을 기다리며 십오 년 동안이나 시간을 보냈어요?” (24쪽)


로한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맞아. 너는 너희 땅에서 놀지 왜 남들 노는 데 들어와서 방해를 하고 그러냐?” (36쪽)


누가 이 원피스를 디자인했는지는 모르지만 치맛단과 옷깃에 레이스를 달고, 모양이 깔끔하도록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퍼를 달고, 풍성한 소매의 끝에는 고무줄을 대서 멋을 내는 수고까지도 다 하면서 주머니를 달 생각은 하지 않다니 놀라울 정도였다! ‘세상에 이런 원피스를 어떻게 입고 살라는 거야?’ (59쪽)


#BillsNewFrock (2007년)

#AnneFine #PhilippeDupasqu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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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년》(앤 파인/노은정 옮김, 비룡소, 2014)


결국 쫓겨나기 마련이었지만

→ 끝내 쫓겨나게 마련이지만

→ 마침내 쫓겨나지만

15쪽


더미 위에 척 얹었다

→ 더미에 척 얹는다

61쪽


드디어 빌 심프슨한테로 왔다

→ 드디어 빌 심프슨한테 온다

6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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