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소년 - 하
이시키 마코토 지음, 나가사키 다카시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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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4.

허깨비랑 도깨비 사이로


《어둠의 소년 下》

 나가사키 다카시 글

 이시키 마코토 그림

 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4.30.



  먼지가 가만히 납니다. 바람이 없는 듯한 조용한 곳에서 먼지 여러 톨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듯싶더니 어느새 솟구치면서 이리로 가고 저리로 갑니다. 고즈넉한 곳에서도 숱한 먼지가 가볍게 나부끼니, 북적대는 곳이라면 그야말로 끝없는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너울댈 테지요.


  그렇다면 호젓한 시골이며 숲에는 어떤 깨비가 있을까요?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서울이나 큰고장에는 무슨 깨비가 나란히 있을까요? 《어둠의 소년 下》를 돌아봅니다. ‘어둠아이’라고 해야 할 텐데, 빛이 있으면 몸을 못 버티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는 여느 사람들처럼 밖으로 나다니면서 놀고 먹고 걷고 이야기한다는군요. 빛없는 데에서만 살 수 있지만, 어둠몸도 곧 사그라들 수 있기에, 곧 몸을 떠나려는 가녀린 아이 몸에 슬그머니 얹혀서 지내다가 다시 ‘새 아이(곧 죽을 듯한 다른 아이)’를 만나서 몸에 얹혀서 지낸다고 합니다.


  어둠아이는 ‘죽음을 앞둔 아이’ 몸으로 왜 들어갈는지 지켜봅니다. 어둠아이는 뭘 할 마음인지 들여다봅니다. 어둠아이는 ‘죽음을 앞둔 아이’한테 남거나 맺힌 앙금을 하나하나 마주한다는군요. 어둠아이가 앙금을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곧 죽음길로 떠날 아이가 스스로 풀어야 합니다. 어둠아이는 귀를 열고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가녀린 아이들은 어둠아이한테 ‘이 삶에서 맺힌 앙금’을 속삭이면서 어느새 스스로 말끔히 털고 일어나는 기운을 얻어요.


  아이들은 앓으면서 큰다고 했습니다. 어른도 앓기에 큽니다. 누구나 앓는 동안 ‘알아보’고 ‘알아차리’고 ‘알아듣’는 매무새로 거듭난다고 느껴요. 앓는 나날이 없다면 그만 앎길하고는 먼 채, 알랑거리는 몸짓이 굳어버리겠지요.


  허울을 좇기에 허깨비입니다. 동무처럼 곁에 있는 도깨비입니다. 우리는 어떤 깨비일는지 돌아봅니다. 밥깨비여도 잠깨비여도 됩니다. 느림깨비나 꿈깨비일 수 있어요. 하루하루 스스로 그리고 짓고 가꾸는 길에 부드러이 철듭니다. 스스로 안 그리고 안 짓고 안 가꾸기에 사납깨비로 뒹굴어요.


ㅅㄴㄹ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는데, 아픈 검사만은 싫어!” “그건 알지만 아파도 병을 고치기 위한 거니까.” (41쪽)


“아, 아, 레온 어멈아, 안 좋은 약을 버려야 해.” (77쪽)


“너한테 달렸어! 너한테 싸울 마음만 있다면, 내가 뭐든 해볼 수 있을지도 몰라!안타깝지만 너희 엄마는 분명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남들한테 동정받고 주목받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널 계속 다치게 할 거라고! 계속, 네가 살아 있는 한.” (128쪽)


“무서운 일은 내가 다 할게. 그러니까, 너는 저 엄마와 싸울 각오만 해주면 돼. 너한테 싸울 의지가 없으면 공존할 수 없어! 그러지 않으면 네가 돌아왔을 때의 환경을 바꿔놓을 수 없다고.” “도, 돌아가지 않을 거고, 싸울 수도 없어!” (133쪽)


“내 이름! 궁금해하길래 대답해 주러 왔어. 난생처음 생긴 인간 친구니까.” (218쪽)


#いっしきまこと #一色まこと #闇の少年 #長崎尚志


《어둠의 소년 下》(나가사키 다카시·이시키 마코토/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


망인(亡人)이니까 지옥보다 고통스러운 정도로 끝나지 않겠어

→ 죽은이니까 불굿보다 괴로운 만큼으로 끝나지 않겠어 

→ 떠난이니까 불밭보다 아픈 만큼으로 끝나지 않겠어

8쪽


내일 한밤중에 다시 여기서 집합이다

→ 이튿날 한밤에 다시 여기서 모인다

17쪽


레온 몸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건 개선할 수 있어서니까

→ 고칠 수 있어서 레온 몸에 들어갔을 테니까

→ 바꿀 수 있어서 레온 몸에 들어갔을 테니까

55쪽


오장육부 전체가 염증 맥스라니

→ 뱃속이 고름투성이라니

→ 온몸이 확 부어오른다니

5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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