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같이 먹자 2024.10.14.달.



넌 누구한테 “같이 먹자!” 하고 부르니? 한지붕에 있으니 “같이 먹자!” 하고 부를 수 있어. 같은 일터나 배움터에 있으니 “같이 먹자!” 하고 부르며 어울릴 수 있어. 마음이 맞는 짝이며 동무에 이웃이라서 “같이 먹자!” 하고 부르지. 그런데 마음이 안 맞거나 싫거나 밉거나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을 부를 수 있니? 굶거나 외롭거나 아프거나 쓸쓸하거나 슬픈 누구나 부를 수 있어? 누가 너한테 “같이 먹자!” 하고 부를 적에는 어떻게 하니? 스스럼없이 “네!”나 “응!” 하고 외치면서 달려가니? “아니, 싫어!”나 “아니, 난 안 고파!” 하고 끊니? 넌 마음에도 없이 “같이 먹자!” 하고 말을 하니? 넌 언제나 한마음으로 서면서 즐겁게 “같이 먹자!” 하고 웃는 하루이니? 굳이 무얼 입에 넣어야 하기에 한자리에 둘러앉지 않아. 입에 넣든 안 넣든, 먹을거리를 사이에 놓고서 둘러앉을 적에는 “마음에 있을 만한 찌꺼기나 담벼락이나 가시를 치우고서 맨몸으로 마주한다”는 뜻이야. 생각해 봐. 죽음물(독약)이나 죽음가루를 사이에 놓고서 “같이 먹자!” 하고 부르겠어? 죽음물이나 죽음가루를 내놓는 이라면, 누구보다 그이가 먼저 치닫는 죽음길이야. 밥 한 그릇을 나누려는 마음으로 말을 나누면서 허울을 치우고 싶기에 “같이 먹자!” 하고 불러. 먹어도 즐겁고 안 먹어도 즐거워. 눈앞에 놓은 밥이 아닌, 이곳에 이렇게 모여서 나누려는 마음을 읽어 보렴. 언제나 모든 밥은 마음으로 먼저 짓고 차려. 모든 말은 마음에서 먼저 솟아. 모든 길은 마음에서 먼저 열어. 모든 사랑은 마음에서 먼저 빛나. 모든 꿈은 마음에서 먼저 싹터. 모든 이야기는 마음에서 먼저 자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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