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18.


《하필 책이 좋아서》

 정세랑·김동신·신연선 글, 북노마드, 2024.1.11.



오늘은 ‘우리말로 노래밭’ 아홉걸음을 편다. 큰아이하고 논둑길을 따라서 옆마을로 걸어간다. 해가 갈수록 새가 너무 줄어들지만, 더구나 풀죽임물에는 작은새가 떼죽음이지만, 마을사람도 고을지기(군수)도 아예 안 쳐다본다. 새가 거의 없고 풀벌레노래조차 없는 긴긴 논둑을 걷는데, 갑자기 푸득 소리를 내며 어느 논에서 날아오른 통통하고 검파란 깃빛인 새를 본다. “어! 뜸부기잖아!” 논밭을 온통 삽날로 할퀴면서 풀죽임물을 뿌려대는 통에 하루아침에 떼죽음으로 사라진 뜸부기인데, 고흥살이 열네 해 만에 처음으로 만난다. 그러나 오늘은 참새를 겨우 일곱 마리 보았다. 슬픈 늦여름이다. 《하필 책이 좋아서》를 읽으며, 나는 책을 안 ‘좋아한다’고, 나는 책을 ‘사랑한다’고 느낀다. 나는 책도 숲도 시골도 골목도 책집도 ‘좋아하는’ 마음이 아닌 ‘사랑하는’ 마음이다. 아이도 어른도 이웃도 이 별도 ‘사랑’으로 마주하려는 하루이다. 좋거나 나쁘다고 따질 적에는 괴롭다. 내가 좋아하더라도 나를 안 좋아하니 괴롭지. 나는 싫은데 나를 좋아할 적에도 괴롭지. 이와 달리, 사랑일 적에는 서로 맑고 밝게 피어나는 별빛이니 가없이 넉넉하면서 아름답다. ‘좋아하는 책’이 아닌 ‘사랑하는 책’으로 본다면 우리 스스로 바꾼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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