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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시집 - 원본
노천명 지음 / 깊은샘 / 2013년 3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0.8.
노래책시렁 452
《盧天命 詩集》
노천명
서문당
1972.12.20.
‘瑞文文庫 062’로 나온 《盧天命 詩集》을 읽었습니다. 누구나 값싸고 손쉽게 읽으라는 뜻으로 여민 손바닥책인 ‘서문문고’ 가운데 예순둘째로 나온 노래꾸러미는 일본앞잡이인 노천명을 다루었더군요. 1972년이라 하지만 오히려 그즈음은 일본끄나풀을 호되게 나무랄 만할 텐데, 이 노래책에 머리말을 쓴 이희승은 노천명을 높이 사고 예뻐할 뿐입니다. 이희승뿐 아니라 적잖은 일본따라지가 노천명을 띄우고 올리면서 배움책(교과서)에까지 글을 실었을 테지요. 《盧天命 詩集》은 거의 ‘노천명 전집 문고판’이라고 내세우지만, 막상 일본에 붙어서 어떤 글을 써댔는지는 한 줄조차 안 싣습니다. 이런 노천명과 허수아비라고 할 텐데, “詩人 / 오늘 너는 무엇을 하느냐 / 權力에 아첨하는 날 / 네 冠은 진땅에 떨어지나니”라든지 “우리 다시 뜨겁게 손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 八·一五는 오는데 / 八·一五는 또 오는데” 같은 글자락은 그저 창피하고 부끄럽습니다. 누구보다 힘줄(권력)에 단단히 들러붙은 끄나풀이 되레 “權力에 아첨하는 날” 같은 글을 써댄다니, 얼마나 낯이 두껍다는 뜻이며, 일본노리개를 감싸면서 힘·이름·돈을 거머쥐는 무리가 드셌다는 셈인지 곱씹을 만합니다. 가난 핑계조차 들 수 없는 허깨비를 나무랄 줄 모르는 붓이라면,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스스로 종수렁에 잠길 뿐입니다.
ㅅㄴㄹ
詩人 / 오늘 너는 무엇을 하느냐 / 權力에 아첨하는 날 / 네 冠은 진땅에 떨어지나니 // 네 聖스러운 붓대를 들어라 / 네 두려움 없는 붓을 들어라 / 正義 위해 / 횃불 갖고 詩를 쓰지 않으려느냐 (詩人에게/248쪽)
이제 쇠사슬을 쥔 北方의 검은 손이 / 새로이 民族의 발목을 노리는데 / 우리 다시 뜨겁게 손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 八·一五는 오는데 / 八·一五는 또 오는데 (八·一五는 또 오는데/200쪽)
살아 생전에 항상 少女임을 자부했고, 후배 소녀들과 자리를 함께 하기를 즐겨한 그였으므로, 필경 他界에서도 만족의 미소를 금치 못할 것이며, 오히려 기쁨의 눈물로 뺨을 적실는지도 모르겠다. 天命이 他界로 간 지도 벌써 15년을 헤아리게 된 지금 새삼 序文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으니, 가슴 속에 치솟아 오르는 갖가지 감회에 무엇이라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이 두어 줄로써 序文을 대신하고 天命을 대신하고 天命의 冥福이 내내 綿綿하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6쪽/1972년 12월 이희승 삼가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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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天命 詩集》(노천명, 서문당, 1972)
필경 他界에서도 만족의 미소를 금치 못할 것이며
→ 아마 너머에서도 즐겁게 웃으며
→ 무릇 그곳에서도 기쁘게 웃으며
6쪽
기쁨의 눈물로
→ 기쁨눈물로
→ 기뻐 눈물로
→ 기쁘게 눈물로
6쪽
지금 새삼 序文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으니
→ 이제 새삼 앞글을 써달라고 여쭈니
→ 오늘 새삼 나한테 머리글을 바라니
6쪽
冥福이 내내 綿綿하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 앞길이 내내 곱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 앞빛이 내내 가없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6쪽
새로이 民族의 발목을 노리는데
→ 새로이 겨레 발목을 노리는데
→ 새로이 한겨레 발목을 노리는데
200쪽
權力에 아첨하는 날 네 冠은 진땅에 떨어지나니
→ 주먹에 빌붙는 날 네 갓은 진땅에 떨어지나니
→ 힘에 들러붙는 날 네 쓰개는 진땅에 떨어지나니
248쪽
네 聖스러운 붓대를 들어라
→ 네 거룩한 붓대를 들어라
→ 네 높다란 붓대를 들어라
248쪽
正義 위해 횃불 갖고 詩를 쓰지 않으려느냐
→ 곧게 횃불 들고 노래를 쓰지 않으려느냐
→ 반듯하게 횃불 들고 노래 쓰지 않으려느냐
24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