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12.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글, 문학동네, 2018.11.23.
아침 일찍 마을 앞으로 달려가서 09:10 시골버스를 붙잡는다. 읍내 나래터로 가서 글월을 부친다. 쉬엄쉬엄 집으로 돌아오고, 빨래를 하고, 여러 일손을 다스리다가 쉰다. 오늘도 꾀꼬리 노랫가락을 듣는다. 차분하면서 조용히 하루를 여민다. 곁님하고 두 아이는 함께 김치를 담근다. 그때그때 먹을 만큼 조금씩 담그더라도 손이 제법 간다. 《걷는 사람, 하정우》를 돌아본다. 하정우 씨는 틀림없이 ‘즐겨걷기’를 할 텐데 썩 안 와닿는다. 걷기란, 느긋하게 흐르는 발걸음이자 삶인데, 걷는 동안 어떻게 스스로 돌아보고 마을을 알아보았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이렇게 잘 걷는다”하고 “나는 이렇게 많이 걷는다”는 말을 자주 되풀이한다. 걷기란, 드러내기가 아닌 생각하기이다. 걷기란, 외치기가 아니라 속삭이기이다. 걷기란, 보여주기가 아니라 꿈꾸기이다. 걷기란, 수다떨기가 아니라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풀내음을 맡는 하루이다. 걷기란, 자랑하기가 아닌 자라나는 나무이다. 서울사람은 서울을 떠나서 작은고을에서 작은집을 손수 꾸리면서 조용히 이 삶을 노래할 수 있을까? 서울사람은 시골마을 오막살이를 실컷 누리면서 풀꽃나무랑 동무하는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늘 뚜벅이일 수밖에 없는 아이 눈높이가 아니라면 걷기가 아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