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0.2. 대통령 윤씨 (윤석열)
일본말 ‘대통령’이라는 이름은 이승만 때부터 쓴다. 이승만은 ‘대통령’이 일본말인 줄 알았으리라. 뒤를 이은 박정희도 몰랐을 수 없다. 그 뒤로 우두머리 자리에 선 모두가 이 일본말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우두머리에 선 이들은 하나같이 ‘일꾼’이 아닌 ‘꼭두자리’에 섰다고 여겼고, 그들 곁에서 심부름꾼(비서·참모)으로 지낸 사람들도 ‘일꾼’이 아닌 ‘꼭두자리’에 있다는 마음에서 헤어나지 못 했다고 느낀다.
‘대통령 = 대 + 통령’인 얼개요, ‘통령 + 님’인 셈이다. 이미 높임말인 ‘대통령’이라서 ‘대통령님’처럼 쓰면 겹말이고, ‘대통령 각하’라 하면 우습다. 더구나 사람들 곁에서 머슴처럼 일할 자리인 대통령이니까 “대통령께서”나 “대통령 각하께서”라고 굽신거리면 참으로 바보스럽다.
이씨도 박씨도 김씨도 노씨도 문씨도 윤씨도 그저 ‘씨’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우쭐대는(군림) 몫이 아니다. 아이들 곁에서 무릎을 꿇고서 낮은목소리부터 귀를 기울여서 받아들이고 펼쳐서 새터를 일구는 머슴이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여태 어느 씨도 머슴이 아닌 꼭두님으로 서려고 했다. 요즈막뿐 아니라 지난날하고 앞날을 아울러서 생각해 본다.
ㄱ. 아무나 나라지기를 맡으면 안 되는구나!
ㄴ. 누구나 나라지기를 맡을 수 있구나!
ㄷ. 내(우리가 저마다)가 나라지기를 맡는다면, 난 어떻게 할까?
대통령 윤씨를 바라보면서 ㄱㄴㄷ처럼 세 가지를 곱씹을 일이라고 본다. ‘윤씨’ 아닌 이씨나 노씨나 문씨나 박씨를 넣어도 똑같다. 아무나 맡아서는 안 될 나라지기·우두머리·꼭두지기·대통령이되, 누구나 맡을 수 있는 자리이다.
그리고 ‘누구나’라는 대목을 넓혀서, 바로 내가 그러한 자리에 서서 머슴으로 일할 적에 어떻게 무엇을 할는지 헤아리고 살피고 생각해서 말을 나눌 노릇이라고 본다. 이른바 거울(반면교사·타산지석)이다. 저 얼뜬 놈을 나무랄 만하기에 나무란다지만, 이보다는 거울로 우리 얼굴을 비추면서 “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하나부터 열까지 짚어야지 싶다.
집도 마을도 나라도 파란별도 늘 우리가 스스로 짓고 빚고 가꾸고 바꾼다. 남이 짓거나 바꾸지 않는다. 바로 우리 스스로 일구고 바로세우고 고친다.
잘 짚어 보자. ”사람들(국민) 목소리를 안 듣는 윤씨”란, “아이들 목소리를 안 듣는 꼰대”하고 똑같다. 어린이나 푸름이라면 이 나라와 이 별과 이 마을과 이 보금자리를 어떻게 가꾸면서 서로 아름답게 사랑으로 숲을 품으려고 할는지 생각해 보자. 생각없거나 생각않거나 생각잊거나 생각잃은 머저리를 나무라는 일도 뜻은 있지만, 살림길하고 멀다. 우리 스스로 바로 이곳에서 하나하나 짚고 생각하면서 우리 삶터를 아이들하고 함께 일군다면, 머잖아 모든 머저리와 멍청이와 얼간이는 깔끔하게 사라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