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0.1. 짧게 굵게
틈이 밭으면 짧게 쓴다. 틈이 느긋하면 조금 길게 쓴다. 짧아도 마음을 담고, 길어도 마음을 담는다. 모든 글에는 다 다르게 마음을 담아서 하루를 노래한다.
오래 걷든 살짝 걷듯 하루길이다. 알을 낳으려는 어미 사마귀가 우리 집 마당 곳곳을 아주 느릿느릿 지나간다. 몸이 몹시 무거위 보인다. 어미 사마귀가 어디에 알을 낳으려나 지켜보자니, 문득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본다. 애쓰는구나. 네 사랑을 찾아서 가만히 깃들기를 바라. 이제 바람이 찬 시월 한가을이로구나.
고흥읍으로 저잣마실을 나왔다. 10월 1일이 갑자기 쉬는날이 되어서, 오늘 시골버스가 안 들어온다. 어찌할까 하다가 택시를 부른다. 시골아재는 술에 절어 아무 데서나 담배질에 푸름이한테 막말을 하고, 경찰한테도 삿대질에 인맥 학맥 나이를 내세운다. 시골 푸름이는 술에 전 아재 말씨를 옆에서 흉내내며 노닥거린다. 그저 서로 보고 배우며 똑같이 뒹군다. 이제 집으로 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