쿄카 요괴비첩 : 하
이마 이치코 지음, 서수진 옮김, 타치바나 미레이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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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

만화책시렁 626


《쿄카 요괴비첩 하》

 이마 이치코

 서수진 옮김

 미우

 2020.10.15.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은 늘 구릅니다. 숱한 사람은 푸른별이 구르는 소리를 못 듣습니다. 이 별에는 개미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개미떼가 기어갈 적에 장난 아니게 시끄러울 만한데, 개미가 기어다니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드뭅니다. 지렁이도 쥐며느리도 노래하는데, 어떤 흙지기는 지렁이노래를 알아듣지만, 지렁이가 무슨 노래를 하느냐며 어이없다고 뚝 자르는 사람도 있어요. 《쿄카 요괴비첩 하》를 곰곰이 읽습니다. 이마 이치코 님이 빚는 그림꽃은 저마다 다르되 언제나 하나로 만납니다. 《백귀야행》을 바탕으로 모든 이야기가 ‘하나이자 모두’로 흩어지면서 모입니다. 이 별에는 “몸을 입은 넋”도 살아가고 “몸을 벗은 넋”도 살아갑니다. “덩이진 밥을 먹는 넋”도 살고 “빛줄기를 먹는 넋”도 살아요. 바다에서 고래가 노래하는 소릿가락을 못 듣는다고 하더라도 고래는 늘 헤엄치면서 노래합니다. 나무도 풀도 언제나 부드럽게 노래하면서 우리 곁에 있어요. 눈을 뜰 수 있다면 몸이 아닌 마음부터 읽습니다. 눈을 안 뜨기에 마음을 잊은 채 몸만 쳐다봅니다.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새롭게 빛나는 하루를 그리면서 오늘 이곳에 선다면, 미움도 앙금도 응어리도 없이 푸른노래를 편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관군에게 항복하지 않고 자결을 선택한 거겠죠.” “아직 젊은데, 한이 맺혀 이렇게 슬픈 모습으로 계속 머무를 바에야 그냥 메이지 치세하에 살아가는 선택지는 없었던 걸까요?” “동정할 필요 없어요. 그는 그의 시대를 살다 간 겁니다. 게다가 저건 그저 잔상에 불과해요.” (101쪽)


“빠른 흐름에서 벗어나 고인 연못 바닥에서 자라는 진주도 있잖아요. 낡고 아름다운 걸 사랑하면 안 되는 거예요?” (145쪽)


“잘됐네요, 아가씨. 근데 이렇게 작은 아가씨가 시집이라니. 가엾게도.” “난 아직 309살밖에 안 됐지만, 곧 어른이 될 거야. 그럼 언젠가 또 만나러 올게.” (270쪽)


#いまいちこ #今市子 #鏡花あやかし秘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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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카 요괴비첩 하》(이마 이치코/서수진 옮김, 미우, 2020)


과음은 몸에 해롭습니다

→ 거나하면 몸에 나쁩니다

→ 말술은 몸이 망가집니다

19쪽


이젠 과년한 나이고, 꽤 아름다워진 것 같지 않아?

→ 이젠 나이도 찼고, 꽤 아름답지 않아?

→ 이젠 무르익었고, 꽤 아름답지 않아?

21쪽


대체 어디의 누구야? 이 오입쟁이!

→ 아니 어디 누구야? 이 바람둥이!

→ 참말 어디 누구야? 이 난봉쟁이!

28쪽


아내표 도시락인가요

→ 곁님 도시락인가요

→ 짝지 도시락인가요

31쪽


평판이 자자한 미녀를 알현하는 거라고

→ 낯값이 드높은 꽃님을 뵙는다고

→ 꽃낯이 높다란 멋님을 모신다고

36쪽


이렇게 비싼 요정을 잡는단 말야?

→ 이런 비싼 노닥채를 잡는단 말야?

→ 이렇게 비싼 밥채를 잡는단 말야?

58쪽


서둘러 다음 혼담을 찾아보자고

→ 서둘러 다음 꽃말을 찾아보자고

→ 서둘러 다음 맞선을 찾아보자고

79쪽


저건 그저 잔상에 불과해요

→ 저건 그저 그늘이에요

→ 저건 그저 자국이에요

→ 저건 그저 뒷모습이에요

101쪽


쌍을 이루는 수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고 있죠

→ 서울 지킴님으로 나란히 모시지요

→ 서울 돌봄빛으로 함께 받들지요

108쪽


민완기자의 후각이 그렇게 고하고 있어

→ 발빠른 글바치 코가 그렇게 알려줘

→ 솜씨지기 코가 그렇게 부르짖어

→ 날다람쥐가 그렇게 냄새를 맡아

124쪽


고견은 다음에 다시 들을게요

→ 말씀은 다음에 다시 들을게요

→ 뜻은 다음에 다시 들을게요

125쪽


동종업계라 해도 그쪽은 대기업인걸요

→ 이웃가게라 해도 그쪽은 큰걸요

→ 나란장사라 해도 그쪽은 우람한걸요

136쪽


그 일대가 완전히 불야성이라

→ 둘레가 아주 하얀밤이라

→ 언저리가 다 밤을 잊어서

15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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