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안 하려면 2024.9.3.불.



안 하려면 안 하면 되는데, 안 할 적에는 늘 아무것이 아닌 마음이란다. 안 하려는 마음일 적에는 네 눈에 따로 보이는 모습이 없어. 스치거나 지나치는 모습은 있지만, 다 아무런 뜻이 없고 빛이 없어. 서울(도시)이라는 곳은 돈을 모으려고 사람을 모으기에, 사람들이 그저 쳐다보면서 휘둘리거나 휩쓸리기를 바라. 곳곳에 덫을 파서 이곳에 풍덩 빠지기를 바라지. ‘서울덫’은 네가 뭔가 잘 벌고 잘 입고 잘 누리고 잘 쓰는 모습으로 보라고 꾸민단다. ‘서울덫’은 네가 스스로 무엇을 일으켜서 하기를 바라지 않아. ‘미끼’를 잡으면 네가 넉넉하고 크게 얻은 듯이 부풀리지. 게다가 미끼는 꽤 비싸단다. 빛나는 살림을 미끼로 놓지 않아. 비싼 ‘쓸거리(소비재)’나 돈을 미끼로 놓지. 네가 ‘안 하려’는 마음일 적에는 으레 서울바라기로 쏠리지. 서울에서는 굳이 네가 ‘안 해’도 되거든. 다만 서울에서는 너한테 한 가지를 시켜. 공무원이건 회사원이건 점원이건 배달원이건 학생이건 교사이건, 때로는 대통령이나 대표나 사장이나 시장 같은 자리를 맡겨. 운동선수나 배우나 가수를 맡기기도 해. 이 하나를 네가 맡으면서 “서울을 이루고 버티는 한 곳”이라고 느껴서 자랑(자부심)으로 삼으라고 살살 구스른단다. 그래서 ‘안 하려는 사람’은 서울덫에 덥석 잡혀서 ‘한 가지’만 하는 톱니바퀴가 돼. 다르게 말하자면 ‘전문가’야. 온삶을 스스로 온마음으로 돌보는 길이 아닌, 온길을 멀리하면서 ‘작은 울타리’에 스스로 가두어서 서로 맞물리는 굴레를 씌우지. 무너지는 둑을 막을 수 있겠어? 넌 ‘둑’을 이루는 모래알 하나이기를 바라니? 아니면 씨앗을 품는 흙 한 톨로 서겠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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