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살림빛은 어디에 (2021.10.8.)

― 서울 〈흙서점〉



  시월이면 이미 꾀꼬리도 제비도 이 나라를 떠났기에 고즈넉합니다. 봄빛을 반기면서 찾아온 봄새는 가을바람이 깊어갈 즈음 무리지어서 훨훨 바다를 가로질러요. 늦가을에는 겨울맞이를 누리려고 찾아오는 겨울새가 있습니다. 철마다 새롭게 새노래요, 언제나 새삼스레 새동무입니다.


  한글날을 앞두고서 인천마실을 하려는 길에 서울을 거칩니다. 낙성대 〈흙서점〉으로 찾아갑니다. 책집 둘레는 늘 붐빕니다. 숱한 사람이 오가고, 숱한 가게가 줄줄이 섭니다. 예전에 서울에서 살며 책집마실을 할 적에는 이만 한 사람물결은 대수롭지 않았습니다만, 이제 시골에서 살아가니 이런 사람바다는 살짝 숨막힙니다. 아니 숨돌릴 틈이 없어요.


  우리 집 두 아이를 바라보면서, 또 곁님과 나를 헤아리면서, 또 어머니 아버지를 되새기면서, 여기에 여러 이웃 순이랑 돌이를 떠올리면서, 겉몸으로는 둘로 가를 수 있다지만, 숨결과 넋과 빛으로는 오롯이 하나인 ‘사람’을 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이웃나라를 살필 적에도 구태여 ‘일본사람’이나 ‘네덜란드사람’으로 가를 까닭이 없이 ‘사람’으로 보면 될 뿐이듯, 서울사람과 전라사람으로 가를 까닭도 없이 사람으로 마주하면 됩니다.


  서로 사람으로 바라보는 눈을 잊기에 자꾸 싸우고 다투고 괴롭힌다고 느껴요. 서로 숨결로 마주하는 마음을 잃기에 자꾸 들숲바다를 파헤치고 들볶는구나 싶어요.


  책을 읽습니다. 책을 손에 쥘 적에는 둘레에 누가 있는지 잊습니다. 책을 펼 적에는 이곳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아뭇소리가 안 들립니다. 책을 품을 적에는 이곳이 서울인지 시골인지 숲인지 모르는 채 그저 빛살누리에 있다고 느낍니다.


  시골아이는 시골버스를 탈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발이 없거든요. 시골버스를 타는 시골아이는 혼자서는 얌전한데, 둘셋을 넘으면 시끄럽고, 서넛을 이루면 손전화까지 시끄럽게 켜고서 ‘마구나라’ 꼴을 보입니다. 집이나 배움터에서는 무슨 말을 듣거나 배울까요? 살림길을 배운 적이 없는 시골아이일까요?


  가만 보면, 오늘날 시골에는 “시골에서 나고자란 삶을 사랑하면서 숲빛으로 살림하는 길”을 아예 못 가르칩니다. “하루빨리 서울로(in Seoul) 가라”고 등을 떠밀고, 서울에 있는 이름난 배움터에 들어가면 목돈을 덥석 안기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책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나요? 책은 서울아이랑 시골아이가 저마다 어질고 슬기롭게 자라는 빛을 다루는지요? 책은 서울어른과 시골어른이 그야말로 ‘어른스럽’게 살림빛을 일구는 살림꾼으로 서도록 북돋우는 줄거리인지요?


ㅅㄴㄹ


《조치훈 어린이바둑 1 첫걸음》(조치훈, 행림출판, 1986.9.30.)

《조치훈 어린이바둑 2 포석과 정석》(조치훈, 행림출판, 1987.7.6.)

《조치훈 어린이바둑 3 맥과 급소》(조치훈, 행림출판, 1987.7.6.)

《사랑과 교육》(송승언, 민음사, 2019.9.23.)

《박경리문학전집 23 호수》(박경리, 지식산업사, 1990.5.15.)

《크림, 너라면 할 수 있어!》(미야니시 타츠야/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2004.10.10.)

《무라카미 라디오》(무라카미 하루키/권남희 옮김, 까치, 2001.10.5.)

《私の文學的回想記》(宇野千代, 中央公論社, 1972.4.15.)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천상병 글·중광 그림, 민음사, 1992.12.15.)

《백산고전대역 1 공산당 선언》(마르크스·엥겔스/남상일 옮김, 백산서당, 1989.7.10.)

《記億の繪》(森茉莉, ちくま文庫, 1992.2.24.)

《水邊のゆりかご》(柳美里, 角川文庫, 1997.6.25.)

《ガラスの地球を救え》(手塚治蟲, 光文社, 1996. 9.20.)

《岡山文庫 105 岡山の映畵》(松田完一, 日本文敎出版株式會社, 1983.7.1.)

- 岡山縣の百科事典·2000000人の岡山文庫

- 1963년부터 《나의 작은 헌책방》 ‘오카야마 문고’

《シリ-ズ食文化の發見 1 明治·大正·昭和 食生活世相史》(加藤秀俊, 柴田書店, 1977.1.1.)

《吉川英治文庫 80 三國志 三》(吉川英治, 講談社, 1975.3.1.첫/1980.2.15.17벌)

《조국의 시간》(조국, 한길사, 2021.5.31.첫/2021.6.30.27벌)

- “지은이 조국” 밑에 바로 “펴낸이 김언호” 

- ‘엮은이’도 ‘책임편집’도 아닌

《明治·大正·昭和 食生活世相史》(加藤秀俊, 柴田書店, 1977.1.15.)

《Kamandi et les Mutants》(Jack Kirby 글·D.Bruce Berry 그림, DC Comics, 1979.)

《the story of Early California & her flags to color》(Harry Knill 글·Alan Archambault 그림, Bellerophon Books, 1986.)

《Great Leaders》(Cleodie Mackinnon 글·Richard Young, Oxford Univ, 197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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