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사라진 말 11 높임말 2024.9.5.
서로 아낄 줄 모르면 ‘높이’지 못 한다. 한쪽만 높일 수 없다. 곁에서 높여 주는 사람이 있다면, 높이는 마음을 받는 사람도 나란히 둘레를 아낄 때라야 비로소 ‘높이는’ 사이라고 할 만하다. ‘높임말’이 무엇인지 뜻풀이부터 다시 할 노릇이라고 본다. “아끼고 돌보면서 높은 자리에 있도록 하려는 마음으로 마주하는 말. 아끼고 돌보면서 하늘빛을 담거나 품기를 바라면서 마주하는 말.”쯤으로 다룰 일이다. 좋거나 나쁜 말이란 없게 마련이다. 때와 곳에 맞는 말이 있다. 마음을 살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때·곳’도 ‘마음’을 살피고 헤아리고 돌아볼 적에 비로소 알맞게 가눌 수 있으니, 서로 ‘틀(나이·높낮이·자리)’이 아니라 ‘마음’으로 마주할 적에는 말씨를 어질게 추스른다. 생각해 보자. 아기한테 깎음말(반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바보이다. 아기는 들은 대로 돌려준다. 어진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아기한테부터 높임말을 쓴다. 아기는 으레 ‘높임말’부터 배운다. 왜 그럴까? 아기는 둘레 모두가 사랑인 줄 깨닫고 알아보고 느끼고 누릴 적에 비로소 사랑으로 말을 익히면서 사랑으로 자랄 테니까. 나이가 적기에 나이가 많은 사람한테 쓸 높임말이 아니다. 둘레를 아끼고 돌볼 줄 아는 눈길과 마음길을 다스리려고 높임말을 쓰고 들려주고 배우고 익힌다. 누구한테서 “높임말을 듣고 싶은 분”이라면, 먼저 “나보다 낮다고 여기는 자리나 나이인 이웃”한테 높임말을 쓰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더라.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거나, 돈·이름·자리·힘이 조금이라도 많다고 여기면, 그만 나이가 적거나 돈·이름·자리·힘이 적다는 쪽을 함부로 낮추거나 깔더라. 억지를 쓸 적에는 높임말이 아니다. 서로 노을처럼 물들면서 노래하고 놀이할 줄 아는 사이일 때라야 높임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