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숲집놀이터 291. 쓰레기



담배를 태우고서 길바닥에 슥 던지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읍내에서도 마을에서도 길에서도 똑같다. 어떤 이는 옆집에 대고 쓰레기를 슬쩍 버린다. 이제 시골에서는 비닐·스티로폼·농약병…… 따위를 마을 앞에 갖다 놓기만 해도 다 가져가 주는데, 이녁 마당에서 이 모두를 태우다가 옆집으로 훨훨 날리기 일쑤이고, 그 집에서 구르던 쓰레기가 옆집으로 날아들며, 때로는 부러 옆집으로 휙휙 던지기도 한다.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이렇게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겠지. 면소재지·읍내 어린이하고 푸름이까지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더라. 깡통을 일부러 뻥 차서 굴린다거나 냇물에 던지는 꼴을 보고서 “아이들아, 여기는 너희 집이고 마을하고 같아. 너희가 이렇게 깨고 버리는 쓰레기는 너희 마당을 더럽히는 일하고 같아.” 하고 타이르거나 “네가 버린 쓰레기는 네 손으로 주워서 쓰레기통에다가 넣으렴.” 하고 알려주면, 이 아이들은 눈앞에서는 다시 줍다가 몇 걸음 가다가 휙 다시 버리고 달아난다. 어느 집만 바보스럽지 않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둘레 어른이 하는 짓을 고스란히 보고 자라며 따라하니, 이 모든 시골아이가 나란히 바보스럽다. 아무렇게나 태우거나 굴리든, 또 이웃집이라는 생각조차 없이 그저 아무 데나 휙휙 버리든, 그들은 그들 마음을 더럽히고 그들 손을 더럽히며 그들 삶과 삶터까지 더럽힌다. 나야 이 쓰레기를 차곡차곡 주워서 ‘제대로 치우면’ 될 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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