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사라진 말 6 가다 2024.9.2.
길을 간다. 앞으로 가다가 뒤로 간다. 이쪽으로 가다가 저쪽으로 간다. 나는 너한테 가고, 너는 나한테 온다. 우리는 서로한테 다가가고, 서로서로 다가온다. 마음이 가더니, 눈길이 간다. 이윽고 손이 가고, 말이 나아간다. 어느새 마음이 가만히 가더니, 가볍게 웃음도 노래도 춤도 오고간다. 새롭게 찾으려고 간다. 찾아가고 살펴가고 돌아가고 이어간다. 새삼스레 찾아보고 싶기에 간다. 나아가고 넘어가고 달려간다. 누구나 혼자 갈 수 있고, 함께 갈 수 있다. 문득 ‘같이가다·함께가다’처럼 붙여서 새말을 여미어 본다. ‘혼자가다·그냥가다’처럼 붙여서 새말을 엮어도 즐겁다. 우리는 가고 또 가고 다시 가고 자꾸 가고 거듭 가고 내처 가고 줄기차게 간다. 가니까 간다. ‘이동(移動)·이전(移轉)·이사(移徙)’를 하지 않는다. 다들 간다. 그저 가다가 떠나간다. 살며시 가더니 다녀간다. 옮겨갈 때가 있고, 옮겨올 때가 있다. 빙그르르 돌잇길은 돌면서 갈 텐데, 둘러갈 수도 있다. 여기저기를 슬슬 들렀다가 갈 만하다. 바쁘기에 질러서 ‘바로가기’를 한다. 굽이굽이 느끼면서 ‘느긋가기’도 한다. 가만히 가볍게 가다듬으면서 간다. 가꾸면서 가고, 일구면서 가는구나. 가시는 길이란, 오시는 길이기도 하다. 비가 시원스레 오시기에, 어느덧 구름이 걷히면서 부드럽게 가신다. 몸을 내려놓을 적에도 가는 길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간다. 높이높이 올라가면서 하늘을 만나고, 낮게낮게 내려가면서 땅밑살림을 돌아본다. 알아가고 싶기에 하나씩 읽어간다. 깜빡하고 잊고서 그냥 간다면, 얼른 뛰어가서 가져다준다. 샘은 어디부터 솟아서 냇물로 흘러갈까. 바다는 어떻게 너울너울하면서 찰랑찰랑 물길을 갈까. 바람은 언제나 불어오는데, 바람이 불어가는 곳은 모두 싱그럽고 포근하겠지. 이제는 별을 보고 싶어서 자러 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