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사라진 말 5 말 2024.9.1.
말을 잊어가지만, 말을 잊는 줄 모르는 이 나라이다. 말을 잊어가니까 글도 저절로 잊어가게 마련인데, 글만 따로 살릴 수 있다는 듯 너무 시끄럽다. 말부터 말답게 살리는 길로 열어야, 글을 글답게 북돋울 수 있다. ‘문해력’을 아무리 외치거나 떠들거나 가르치려 해본들, 어른도 아이도 글빛을 못 가꾼다. 왜 그럴까? 먼저 ‘말’이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보고 느끼고 알아야 한다. ‘말’이란 ‘마음’을 담아낸 소리이다. 마음이 있기에 말이 있다. ‘마음’은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삶이 있기에 마음이 있다. ‘삶’은 살림을 짓는 길에 마주하고 겪고 부대끼는 모든 나날이다. 살림을 지으려는 꿈을 세울 때라야 삶을 맞이한다. ‘살림’은 사랑을 펴려는 생각이 샘솟으면서 스스로 길어올린다. 사랑이 있기에 생각을 하면서 살림을 편다. 사랑이란 ‘사람’으로서 그리고 짓고 펴고 나누는 오직 하나인 뜻이자 길이자 빛이다. 그러니까 ‘사람·사랑·살림·삶·마음’이라는 물줄기를 거쳐서 ‘말’이 태어나고 ‘글’이 나타난다. ‘사람’은 숲이라는 터전을 가꾸고 일구는 숨결이니, 모든 말과 글은 ‘숲’에서 싹튼다고 여길 만하다. 마음소리인 말을 그려내기에 ‘글’인 줄 알아보아야, 차곡차곡 더듬고 짚으면서 ‘마음·삶·살림·사랑·사람·숲’이라는 길을 돌아본다. 그리고 ‘별·넋·빛’이 하나인 줄 깨달을 만하다. 우리는 아이와 어른으로서 나란히 ‘이야기’를 할 때에 말글을 살린다. “이야기 = 잇는 길 = 이으려고 주고받거나 나누거나 오가는 말”이다. 오늘날 어린이는 실컷 뛰놀면서 노래하고 조잘조잘 수다꽃을 피울 틈이 아예 없다시피 하다. 처음부터 말꽃도 말씨도 말빛도 못 자란다. 말을 ‘말’이라고 이를 때부터 눈을 뜬다. ‘언어(言語)’라는 허울을 씌우니 말은 더 갇히고 짓밟힌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