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결합 2024.8.18.해.
어디에 붙고 싶어? 굳이 어디에도 안 붙겠니? 어디로 가고 싶어? 딱히 어디에도 안 가겠니? 어디에 있ㄱ 싶어? 애써 어디에도 안 있겠니? 붙기에 떨어지고, 가기에 오고, 있기에 없어. 떨어지기에 붙고, 오기에 ㅏ고, 없기에 있어. 붙이려고 하기에 붙는구나 싶을 텐데, 붙을 때에 이르면 스르르 붙는단다. 가려고 하기에 가는구나 싶은데, 갈 때에 이르면 스스로 가지. 있ㅇ려고 하기에 있다고 느낄 텐데, 있을 만한 때에 이르니까 스스럼없이 있어. 붙으려면 부드러울 노릇이야. 여태 따로 있다가 붙으니까 어쩐지 부끄러울 수 있어. 붙으니까 부쩍 늘겠지. 손이 붙고 마음이 붙고 힘이 붙으니, 부지런히 하는구나. 언제나 오늘부터야. 여태 안 붙었다고 하더라도, 오늘부터 붙으면 ‘붙은’ 삶이란다. 어제까지 안 하거나 못 했다고 여기지만, 오늘 이렇게 하니까 참으로 부드럽게 흐르네. 닿지 않으려는 둘을 힘들여 붙이려고 하지는 마. 부드럽게 이으려는 마음 하나로 차분히 지켜보면 돼. 일이 왜 손에 안 붙겠니? 아직 마음이 없고 생각이 안 서는걸. 왜 마음을 못 붙일까? 이곳에서 무엇을 스스로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고 느끼니까 마음을 못 붙여. 너는 바람을 아무 데에도 붙일 수 없어. 바람은 그저 흐른단다. 네가 바람을 붙잡으려고 하면 바람이 웃어. 너는 햇빛을 어떡하든 붙들 수 없어. 햇빛은 그냥 비춘단다. 네가 아무리 붙들려고 해본들 부질없어. 가만히 힘을 빼고서 둘레를 보고, 네 마음을 보면서, 오늘 선 곳에 흐르는 모든 빛을 고요히 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