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고맙다는 말 (2021.7.9.)

― 인천 〈아벨서점〉



  모든 말은 마음을 담은 소리입니다. 마음은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마음이라는 그릇에는 어떠한 삶도 담습니다. 좋기에 더 담거나 나쁘기에 안 담지 않아요. 아니, 마음은 모든 삶을 그저 ‘삶’으로 볼 뿐입니다. 안 가릅니다.


  마음은 그릇이면서 밭이기에, 마음에 담은 삶에 따라서 생각이 자라기도 하고, 시샘이나 미움이나 싫음이 자라기도 합니다. 마음밭에 깃든 씨앗이 생각으로 자란다면, 늘 새롭게 눈을 밝혀요. 마음밭에 내던진 미움씨나 시샘씨가 자꾸자꾸 큰다면, 언제나 눈을 감거나 귀를 닫더군요.


  한자 ‘뇌’는 우리말로 ‘골’입니다. 흔히 ‘골아프다·골치아프다’라는 자리에서만 쓸 뿐, 막상 스스로 반짝반짝 빛내거나 밝히면서 생각을 키우는 밑동인 ‘골’은 거의 못 쓰기 일쑤입니다. 우리말 ‘골’은 셈값으로 ‘만(萬·10000)’을 가리킵니다. 이 실타래를 제대로 여민다면, ‘골’과 ‘곰’과 ‘곱’에다가, ‘곬’과 ‘고을’과 ‘꼼·꽃·꼬마’로도 죽죽 뻗는 가없이 너른 숲을 볼 테지요.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에서 이야기꽃을 폅니다. 수수하고 흔하고 쉬운 낱말이 어떤 말씨앗인지 짚고서 저마다 생각을 밝히기로 합니다. “고맙다”라는 말은 남한테 해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마음빛한테 하는 말인 “고맙다”입니다. 누구나 스스로 이녁 마음빛한테 “고맙다”고 말할 수 있을 적에, 하루하루 밝게 깨어나고, 이 숨결을 둘레에 나누면서, 둘레에서도 이 빛살에 깃든 사랑을 알아차리며 즐겁게 웃을 수 있습니다.


  모든 말은 내가 나한테 들려주는 마음씨앗입니다. “잘못했어(미안해)”라는 말도 바로 우리가 스스로 마음빛한테 들려주는 말이에요. 스스로 마음빛한테 따사로이 달래는 “잘못했어”를 읊을 수 있으면, 응어리도 멍울도 앙금도 고름도 씻어낼 수 있어요. 이때에는 살림기운을 둘레에서도 느끼면서 같이 울 수 있습니다.


  아무 말이나 하기에 ‘아무개’입니다. 어느 말이든 할 만한 줄 알아보면서 고요히 말씨앗을 품는 하루를 일구기에 어진 매무새로 걸어갑니다. 아무렇게나 말하기에 아무 책이나 집습니다. 어느 말이든 사랑으로 녹이고 다스리기에 어느 책이건 홀가분하게 집습니다.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읽기에 어지럽습니다. 어느 책이건 사랑으로 풀고 맺고 읽어서 이으려는 익힘길에 나서니 어질어요.


  내가 나를 풀어요. 네가 너를 달래요. ‘흘러가는 때(시간)가 풀어주는 일’은 없습니다.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사랑할 수 있을 적에 모든 수수께끼랑 앙금과 실타래를 풀게 마련입니다. ‘언어’가 아닌 ‘말’을 해야 비로소 사람입니다.


ㅅㄴㄹ


《중국조선족교육사》(한련분 엮음, 동북조선민족교육출판사, 1991.5.)

《금오신화·계축일기·인현왕후전》(편집부 엮음, 지하철문고사, 1981.7.10.첫/1986.2.1.3벌)

《휴머니멀》(크리스토퍼 로이드 글·마크 러플 그림/명혜권 옮김, 우리동네책공장, 2020.3.30.)

《아기공룡 둘리 2 고집불통 도우너!》(김수정, 디자인하우스, 2001.5.5.)

《아기공룡 둘리 3 또치야, 뭐하니?》(김수정, 디자인하우스, 2001.5.5.)

《아기공룡 둘리 4 천하무적 희동이!》(김수정, 디자인하우스, 2001.5.5.)

《새만화책 vol.4》(조경숙·김대중 엮음, 새만화책, 2007.1.25.)

《배다리 책방거리의 추억》(조우성, 아벨서점, 2020.11.28.)

《동구문학 2011 하반기 11호》(김연길 엮음, 다인아트, 2012.2.9.)

《국문독본》(조 해버 존스/허재영 엮음, 경진출판, 2016.7.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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