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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직업을 삼다 - 85세 번역가 김욱의 생존분투기
김욱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9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8.15.
다듬읽기 205
《취미로 직업을 삼다》
김욱
책읽는고양이
2019.9.25.
배울 수 있을 때에 지을 수 있고, 배우기에 하루를 가꾸고, 배우려는 매무새이기에 넌지시 가르치게 마련입니다.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새롭게 밥벌이를 한다는 줄거리를 담은 《취미로 직업을 삼다》입니다. 2019년에 여든다섯 나이였다고 하는데, 여든이건 아흔이건 우리말과 한글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요?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하나씩 내려놓고서 우리말씨라는 새빛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그동안 익숙하게 쓰던 말씨에 머물 적에는 배우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집까지 걸고서 목돈을 쥐려다가 쪽박을 찬 발자취는 ‘그대로 살면 안 된다’를 배운 가시밭이었을 테지요. 말에는 마음을 담고, 마음에는 삶을 담는데, 삶에는 꿈을 담고, 꿈에는 사랑을 담습니다. 젊거나 어리다면 젊거나 어린 대로 말빛을 가다듬기에 눈이 맑습니다. 나이든 분은 나이든 대로 더 새롭게 말결을 추스르기에 눈이 밝습니다. “좋아해서 일을 삼”은 나날을 곰곰이 짚으면서 꺼풀말을 하나씩 걷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취미로 직업을 삼다》(김욱, 책읽는고양이, 2019)
기특하다며 동전 몇 개를 쥐어 주셨다
→ 갸륵하다며 돈 몇 닢을 쥐어 주셨다
→ 대견하다며 쇠돈 몇을 쥐어 주셨다
6쪽
동인회 친구들과 어른들 몰래 술을 훔쳐 마시는 것이 청춘이자 낭만이라 여겼다
→ 어른들 몰래 동아리 동무와 술을 훔쳐 마시며 젊음이자 멋이라 여겼다
→ 어른들 몰래 모임 또래와 술을 훔쳐 마시며 봄날이자 재미라 여겼다
7쪽
보다 외연을 확장시켜 보면
→ 품을 더욱 넓혀 보면
→ 울타리를 더 넓히면
→ 얼거리를 좀 넓히면
→ 테두리를 조금 넓히면
8쪽
사회가 만든 룰에 지나지 않았다
→ 나라가 세운 틀에 지나지 않는다
→ 둘레에서 세운 굴레일 뿐이다
→ 밖에서 세운 잣대일 뿐이다
8쪽
이번에는 해군으로 징집되었다
→ 이제 바다꾼으로 끌려갔다
→ 이제 바다지기로 갔다
9쪽
퇴직 후 나는 기로에 섰다
→ 그만둔 뒤 갈림길에 섰다
→ 끝마치고서 굽이에 섰다
10쪽
나이가 육십이 넘었다는 이유로 노인네 취급했고
→ 나이가 예순이 넘었다며 늙은이로 여겼고
→ 예순 살이 넘었다며 늙은이로 몰아붙였고
10쪽
충격과 허탈, 자괴가 전쟁터에서 들었던 포화처럼 내 귀와 영혼을 때렸다
→ 놀라고 넋잃고 부끄러워, 싸움터에서 들은 펑펑처럼 귀와 넋을 때렸다
→ 멍하고 붕뜨고 창피해, 싸움판에서 들은 불벼락처럼 귀와 넋을 때렸다
11쪽
사회에 이득이 안 되는 늙은이, 국민연금만 고갈시키는 잉여인간으로 취급하게 될 것이다
→ 나라에 이바지 못하는 늙은이, 나라꽃돈만 갉아먹는 지저깨비로 여긴다
→ 둘레를 돕지 못하는 늙은이, 나라꽃돈만 갉는 부스러기로 삼는다
11쪽
집까지 담보로 잡혀 투자했던 것이 파투가 나면서
→ 집까지 잡혀 쏟았는데 날리면서
→ 집까지 걸어 바쳤는데 망치면서
21쪽
쌀을 세 가마니
→ 쌀을 석 섬
22쪽
매달 월세가 나간다.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 달삯이 꼬박 나간다. 돈을 벌어야 한다
→ 달삯이 늘 나간다. 돈을 벌어야 한다
24쪽
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성어를 가슴에 새기고
→ 나는 온꽃이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 나는 참빛이라는 오래말을 가슴에 새기고
24쪽
신(神)의 유무를 떠나서 기도라는 마음의 간구가
→ 하느님이 계신지를 떠나서 비나리하는 마음이
→ 하늘님이 있든 없든 애타게 빌면서
26쪽
어찌 살고 있는지 구경도 할 겸 원주로 내려오겠다고 약속을 잡았다
→ 어찌 사는지 구경도 하고 원주로 오겠다고 날을 잡았다
→ 어찌 사는지 구경도 하면서 원주마실을 잡았다
31쪽
당일 아침부터 설쳐댈 아내가 더 성가스러워졌다
→ 그날 아침부터 설쳐댈 곁님이 더 성가셨다
31쪽
그 양반처럼 잘나가지 못한 데서 억한 감정을 품게 된 것 같다
→ 그이처럼 잘나가지 못해서 억한 마음을 품은 듯하다
→ 그분처럼 잘나가지 못해서 억한 마음인 듯하다
35쪽
가타부타가 아닌 첫마디부터 반말에 치를 떨며
→ 무어라가 아닌 첫마디부터 깎음말에 이를 떨며
→ 긴소리가 아닌 첫마디부터 갈기니 부르르 떨며
44쪽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냅킨으로
→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흰천으로
45쪽
내 책상 앞에 이열 종대로 서 있다
→ 내 책자리 앞에 두 줄로 있다
→ 책자리 앞에 세로두줄로 섰다
45쪽
기분 좋게 점심을 먹고 반주도 살짝 걸쳤다
→ 즐겁게 낮밥을 먹고 곁술도 살짝 걸쳤다
53쪽
물리 치료라는 것도 받아볼 겸
→ 푸른돌봄도 받아보려고
→ 쓰다듬도 받아보려고
54쪽
천혜의 몸매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 아름다운 몸매에 이르고야 말았다
→ 눈부신 몸매를 이루고야 말았다
55쪽
하중이 그리로 쏠리고 있다는 증거다
→ 무게가 그리로 쏠린다는 뜻이다
→ 무게가 그리로 쏠리는 셈이다
56쪽
한참 설(說)을 풀고
→ 한참 얘기를 풀고
→ 한참 말씀을 풀고
60쪽
약자는 방출의 대상이고, 강자는 희생으로서 물러남을 선택한다
→ 여리면 쫓겨나고, 세면 기꺼이 물러난다
→ 힘없으면 내쫓기고, 힘세면 스스로 물러난다
88쪽
육체의 모자람에서 정신이 상처받고, 상처받은 정신은 육체를 갉아먹는다
→ 몸이 못 따르니 마음이 다치고, 다친 마음은 몸을 갉아먹는다
→ 몸이 안 되니 마음이 아프고, 아픈 마음은 몸을 갉아먹는다
101쪽
이순(耳順)에 달하는 세월을 가슴에 고이
→ 예순에 이른 나날을 가슴에 고이
→ 예순 살을 가슴에 고이
161쪽
번역이라는 게 호구지책(糊口之策)이기는 하지만
→ 옮김일이란 밥벌이기는 하지만
→ 글을 옮겨 끼니를 잇기는 하지만
→ 글을 옮기며 먹고살기는 하지만
16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