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월간 토마토>에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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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4
한때 시골에서는 부르릉 날아오르는 날개로 “풀을 죽이는 물”을 뿌렸다. 요즈음은 아주 커다란 짐차에 매우 커다란 바람개비를 싣고서 우렁차게 울리면서 “풀을 잡는 물”을 멀리까지 뿌린다. 바람에 무엇을 얹어서 날릴 적에 서로 즐겁고 아름다울까? 골목길이 골목쉼터요 골목놀이터로 돌아가면, 골목사람이 깃공을 치면서 신바람으로 웃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바람날개
바람을 타고 날면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곤 한다. 바람을 일으키는 날개를 곁에 두고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곤 한다. 바람처럼 가벼이 떠올라서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찰칵찰칵 찍거나 무엇을 나르거나 쏘기도 한다. 바람을 타며 가볍게 춤추면서 이리저리 흐르기도 한다. 이름은 ‘바람날개’ 하나이되, 쓰임새는 여럿이다. 다 다른 것에 다 다르게 이름을 붙여도 되고, 이름 하나로 여러 가지를 가리킬 수 있다.
바람날개 (바람 + 날개) (= 바람나래·하늘갈개·하늘나래.) : 1. 바람을 타고서 다니다가 땅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꾸린 것. (← 패러글라이더paraglider) 2. 바람을 일으켜서 더위를 식히는 것. (← 선풍기, 에어컨) 3. 스스로 움직이도록 먼 곳에서 다루면서 하늘에 날리는 것. (← 드론drone, 무인기無人機) 4. 얇은 종이에 대나무 가지를 가늘고 길게 잘라서 댄 다음 꼬리를 달고 실로 이어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높이 날도록 하는 놀잇감. (← 연鳶)
골목꽃
들에 피기에 ‘들꽃’이다. 바닷가에 피니 ‘바다꽃’이다. 봄에는 ‘봄꽃’이고 가을에는 ‘가을꽃’이다. 시골에서 피고 진다면 ‘시골꽃’이요, 숲에서는 ‘숲꽃’이고, 멧자락에서는 ‘멧꽃’이다. 서울이라면 ‘서울꽃’일 테고, 골목길에서 자란다면 ‘골목꽃’이다.
골목꽃 (골목 + 꽃) : 골목에 핀 꽃. 큰길에서 집과 집 사이로 들어가는 좁은 곳에 핀 꽃. 집이 많인 곳에서 집과 집 사이를 잇는 곳에 핀 꽃.
깃공
깃털로 엮은 공이 있다. ‘깃털공’을 채로 톡톡 치면서 주고받고 논다. 깃털로 엮으니 ‘깃공’이요, 깃공을 주고받으면서 놀기에 ‘깃공치기’이면서 ‘깃공놀이’이다.
깃공 (깃 + 공) : 깃털로 엮어서 치고 받을 수 있도록 한 공. (= 깃털공. ← 셔틀콕)
깃공치기 (깃공 + 치다 + -기) : 깃공(깃털공)을 서로 치고 받으면서 넘기는 놀이. (= 깃털공치기·깃털공놀이·깃공놀이. ← 배드민턴)
무릎셈틀
책상에 놓으면 ‘데스크탑’이라 하고, 들고 다니거나 무릎에 놓으면 ‘노트북’이라 한다. 영어로는 이렇다면, 우리말로 풀자면 ‘책상-’하고 ‘무릎-’을 앞가지로 붙일 만하다. ‘책상셈틀’에 ‘무릎셈틀’이다. 무릎을 덮어 ‘무릎덮개’이듯.
무릎셈틀 (무릎 + 셈틀) : 가볍고 작기에 때로는 접어서 들고 다니다가, 무릎에 얹어서 쓰기도 하는 셈틀. (← 노트북)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