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소금 한 줌 2024.6.30.해.



둘레에서 다른 사람들이 해를 안 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나무라거나 혀를 끌끌 차고 싶니? 이 나라 사람들이 어쩐지 어리석어 보여서 핀잔이나 타박을 하고 싶니? 어수룩한 사람을 보았기에 “참 어수룩하구나!” 하고 말할 수 있는데, 이 말은 막상 ‘그 사람(그 어수룩한 사람)’한테 닿거나 스미지 않아. 네가 하는 모든 말은 늘 너 스스로한테 할 뿐이란다. “어수룩하구나 하고 느낄 사람”을 스치거나 만날 적에는 “스스로 길을 세우지 않고 눈을 꿈으로 돌리지 않으면, 참 어수룩하겠구나!” 하고 배우고 새길 뿐이야. 너는 너를 탓할 수 있는데, 탓만 하면 그만 잿더미로 타버린단다. 그러니까, 탓이나 타박이 아닌, 네가 너를 가꾸면서 북돋울 말씨를 가리고 가누고 가다듬어서 펴면 돼. 네 말이 너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거든. 언제나 살림말과 죽음말 사이를 오간단다. 언제나 깨움말과 깨부숨말 사이를 오가지. ‘소금’은 바다가 스스로 속에 품은 빛알이야. 바닷물 밖으로 나오면 하얗게 덩이를 이루면서 반짝이되, 바다하고 한몸을 이루는 동안에는 그저 속으로 녹아서 맑게 빛나는 방울이란다. “소금 한 줌”은 바다가 베푸는 한 줌 빛알인 줄 알아본다면, 네가 소금을 머금는 마음이 새로울까? 푸른별(또는 파란별) 바닥에 바탕을 이루면서 가만히 물결노래인 바다는, 스스로 다독이고 깨어나려고 ‘빛알’을 둘레에 내려놓고서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으로 피어나고 빗물로 내려. 빗물로 들숲을 씻을 적에, 빗물은 들숲에 있던 부스러기에 티끌에 찌끄러기를 훑어내는데, 모든 ‘앙금’을 부드러이 달래고 녹이면서 ‘소금’으로 거듭난단다. 바다는 소금을 낳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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