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에너지 마을에 놀러 오세요 - 에너지 자립 마을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임정은 지음, 신슬기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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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8.6.

까칠읽기 34


《햇빛 에너지 마을에 놀러 오세요》

 임정은 글

 신슬기 그림

 우리학교

 2023.4.24.



《햇빛 에너지 마을에 놀러 오세요》(임정은·신슬기, 우리학교, 2023)를 읽었다. 책이름에 이미 줄거리가 드러난다. ‘햇볕판’이 나쁠 까닭은 없으나, 아무 곳에나 함부로 때려박거나 심는다면 얄궂을밖에 없는데, 이러한 말썽거리는 아예 안 들여다보는구나 싶다. 들숲바다를 아끼자는 뜻으로 펼치려는 ‘햇볕판’이어야 하지 않을까? 들숲을 싹 밀어대고서 잿더미(시멘트)를 듬뿍 깔아서 세우는 햇볕판으로 얻는 빛(전기)이 우리한테 무엇을 이바지할까? 깨끗바다(해상 국립공원)에 때려박은 햇볕판하고 바람개비(풍력발전시설)는 참말로 우리한테 어떻게 이바지할까? 햇볕판을 둘러싼 온갖 말썽거리를 모르쇠로 넘어간다면, 햇볕판으로 뒷돈을 두둑히 챙기는 벼슬꾼을 나무랄 줄 모른다면, 햇볕판을 왜 세워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라남도에 때려박은 햇볕판과 바람개비에서 얻은 빛을 전라남도에서 쓸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면서, 2024년부터 ‘바다밑 특특고압 송전고속도로’를 깐다면서 바다밑을 한참 까뒤집는다. 자그마치 8조 원을 들여서 전라남도부터 서울까지 바다밑으로 빛줄(송전선)을 잇는다는데, 8조 원 삽질로 끝날는지, 더 쏟아부어야 할는지 까마득하다.


《햇빛 에너지 마을에 놀러 오세요》는 “비건 제품을 사용하고, 무포장 제품을 사고, 텃밭을 가꿔서 채식을 생활화해요.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재생 에너지를 쓰는 거예요.” 같은 목소리를 편다. 이 목소리가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틀에 박혔고, 너무 뻔하다. 아니, 그냥그냥 서울살이를 이으면 될 뿐일까? ‘사서 쓰기’라는 쳇바퀴에서만 멈춘다면, “채식 생활화”만 외치기보다는, 이제는 새길과 다른길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할 텐데 싶다.


또한 글이 우리말스럽지 않다. 영어도 옮김말씨도 일본말씨도 넘친다. 푸른길을 바라보자는 뜻을 펴는 책이라면 더더욱 푸른말씨로 가다듬어야지 싶다. 푸르게 우거지는 숲을 사랑하려는 줄거리라면, 푸르게 빛나는 숲말을 살리는 얼거리로 짤 수 있기를 빈다. ‘어깻힘 빼기’하고 ‘나를 살리는 숲말’을 볼 수 있기를 빈다.


덧붙여, 책겉에 나오는 그림이 얄궂다. 담쟁이덩굴이 타고 오르는, 물결무늬를 이루는 지붕은 ‘슬레트(석면)’ 지붕인 줄 알까? 줄기를 이리저리 휘어 놓은, 마당 한켠에 자라며 우듬지에만 가지가 조금 남은 소나무는, 사람이 소나무를 모질게 괴롭힌 모습인 줄 알까? 소나무는 ‘솟다’라는 낱말하고 밑동이 같다. 곧게 솟는 나무요, 잎도 ‘송곳’처럼 가늘고 길게 솟듯 올라서 ‘솔’이다.


ㅅㄴㄹ


이야기를 시작하며 (4쪽) → 이야기를 열며 . 이야기를 풀며

살기 좋은 마을의 공통점은? (4쪽) → 살 만한 마을은? . 즐겁게 살 마을은?

햇빛이 에너지예요 (31쪽) → 해가 살려요 . 해가 북돋아요 . 해로 가꿔요

고기라고 불리는 동물 (73쪽) → 고기라고 하는 목숨

당신을 햇빛과 바람의 수호자로 임명합니다 (99쪽) → 그대를 햇빛과 바람 지킴이로 모십니다



한낮이 되도록 늦잠을 잔 거예요

→ 한낮이 되도록 늦잠이에요

→ 한낮이 되도록 잤어요

11쪽


피곤하기도 했지만 늦잠을 자도 괜찮은 날이거든요. 일요일이니까요

→ 고단하기도 했지만 늦잠도 즐거운 날이거든요. 해날이니까요

→ 지치기도 했지만 늦잠으로 느긋한 날이거든요. 해날이니까요

11쪽


이사를 잘 왔어. 산이 보이는 뷰라니!

→ 잘 옮겼어. 멧골이 보인다니!

→ 잘 왔어. 멧자락을 본다니!

11쪽


밖의 탁 트인 풍경이 참 좋았지요

→ 밖이 탁 트여 시원하지요

→ 밖이 탁 트여 시원시원하지요

13쪽


이사를 와서 좋은 점은 그뿐이 아니었어요

→ 옮겨서 여러모로 나아요

→ 새집은 이모저모 즐거워요

13쪽


직장과 가까워서 아침이 한결 여유로워졌답니다

→ 일터와 가까워서 아침이 한결 느긋하답니다

→ 일터와 가까워서 아침이 한결 넉넉하답니다

13쪽


어슬렁어슬렁 동네 구경을 다닐 거예요

→ 어슬렁어슬렁 마실을 다니려 합니다

→ 마을을 어슬렁어슬렁할 마음입니다

13쪽


저녁으로는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으면 되고요

→ 저녁은 시켜먹으면 되고요

→ 저녁은 시키면 되고요

13쪽


“출발!” 윤미 씨의 밝고 명쾌한 목소리가 힘차게 퍼져 나갔어요

→ “가자!” 윤미 씨는 밝고 시원하게 외쳐요

→ “간다!” 윤미 씨는 밝고 힘차게 외쳐요

14쪽


이 꽃은 처음 보는데? 너무 이쁘다

→ 이 꽃은 처음 보는데? 이쁘다

→ 이 꽃은 처음 보는데? 참 이쁘다

14쪽


아이의 당돌한 말투에

→ 아이 말씨가 다부져

→ 아이가 바라지게 말해

19쪽


두 사람은 굳게 악수를 나누었지요

→ 두 사람은 손을 꽉 잡았지요

→ 두 사람은 손을 힘껏 잡았지요

21쪽


서로 말도 편하게 하고, 그러니까 존댓말 안 쓰고 서로 말 놓는 거야

→ 서로 말도 가볍게 하고, 그러니까 높임말 안 쓰고 서로 말 놓자

→ 서로 말도 따스히 하고, 그러니까 높임말 없이 서로 말 놓자

21쪽


언니는 좋은 어른인 것 같아

→ 언니는 어른스러워

→ 언니는 참해 보여

→ 언니는 착한 사람 같아

22쪽


사람들 사이의 관계, 친숙함, 소속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말이에요

→ 사람들 사이, 마음, 자리에 따라 뜻이 다른 말이에요

2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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