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8.5. 우편엽서



  고흥읍 나래터(우체국)에서 잎글(엽서)을 사려는데, 나래터 일꾼이 못 알아듣는다. 보이하니 여태 우편엽서를 팔아 본 적이 없는 듯싶다. 구경한 적도 없나 보다. 다른 일꾼두 사람이 도와서 겨우 잎글을 찾아낸다.


  34자락이 있다는구나. 다 살까 하다가 30자락을 산다. 이다음에 모면 4이 그대로일까? 아니면 더 살 수 있을까?


  요즈음 같은 때에, 적어도 너덧새에 거쳐 날아가는 잎글을 누가 쓰겠느냐만, 나래터 일꾼부터 쓸 일이라고 본다. 책마을 일꾼이 책을 안 읽으면서 사람들 탓을 할 수 있겄는가? 글을 쓰는 이라면, 으레 손으로 글을 적어서 천천히 띄울 일이기도 하다.


  쓰고 버리는 글이 아니라면, 사고팔기 쉬운 글을 꾸미는 손이 글쓰기이지 않다면,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보름마다 손으로 쪽글을 써서 띄우고 받는 길을 이을 노릇이다.


  쪽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사이에 손힘이 붙고 글결을 익히고 말빚을 새긴다. 어른도 어린이도 느긋이 손글을 쓰는 동안 마음을 다스리는 길과 수수께끼를 열게 마련이다.


  오늘 하루를 내가 스스로 차근차근 쓰기에 이 삶을 살리는 씨앗을 배우고 깨닫는다. 늦여름볕이 조금씩 수그러든다. 그러나 시골 나래터도 버스도 찬바람 겨울이다. 여름에 여름볕을 멀리하니 여름에 열매를 못 알아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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