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8.6.

오늘말. 콧방귀


마음이 있다면, 매미가 우는 여름에 “이 매미는 어떻게 일곱 해나 열일곱 해 동안 땅밑에서 잠자다가 깨어날 수 있을까?” 하고 궁금하게 여기면서 쳐다봅니다. 마음이 없기에 매미가 울든 말든 남일로 여기면서 얼굴을 돌려요. 마음이 있기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여름구름을 구경하다가 문득 하늘빛을 마십니다. 마음을 안 쓰니 아무렇게나 하루를 보내거나 멀뚱멀뚱 콧방귀입니다. 못 본 척하는 이들은 으레 불구경이거나 남탓일 뿐 아니라, 둘레에서 참빛이나 속빛을 못 알아차리기를 바라면서 뒷짐일 뿐 아니라 딴청에 떠밀기를 일삼습니다. 누가 온누리를 바꾸어 주지 않아요. 우리가 노닥거리거나 손을 떼더라도 누가 이 땅을 북돋우거나 살찌워 주지 않아요. 바람이 부는 하루를 느끼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봐요. 등돌리던 모습을 내려놓고, 팽개치던 손길을 다시 붙잡고, 심드렁하던 마음을 다잡아서, 가만히 한 발짝을 떼어요. 눈을 어디로 돌릴 적에 바꿀 수 있을까요? 허수아비가 시키는 일을 안 할 수 있다면, 입닫이에 팽개질로 내버리던 이 삶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면서 사뿐사뿐 숲길로 나아가겠지요.


ㅅㄴㄹ


멀거니·멀뚱멀뚱·멍하니·쳐다보다·게으르다·구경하다·불구경·애쓰지 않다·힘쓰지 않다·고개돌리다·나몰라·남탓·남일·얼굴돌리다·내던지다·내동댕이·내맡기다·내버리다·내팽개치다·팽개치다·팔짱끼다·저버리다·넘기다·미루다·발빼다·손놓다·손떼다·손빼다·노닥거리다·노닥이다·놀다·노닐다·놀리다·놓다·놓아두다·놔두다·아무렇게나·안 하다·하지 않다·눈감다·눈돌리다·새침·시들시들·시침·일을 안 하다·시큰둥·심드렁·자다·입닫이·입씻이·한눈팔다·돕지 않다·안 돕다·뒷짐·등돌리다·등지다·딴전·딴짓·딴청·떠맡기다·떠밀다·떼밀다·마음쓰지 않다·마음을 안 쓰다·멀리하다·흘려듣다·흘리다·모르는 척하다·모르쇠·못 본 척하다·묻든 말든·콧방귀 ← 오불관언, 불가근불가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