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 문충성 시집
문충성 지음 / 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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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8.3.

노래책시렁 409


《귀향》

 문충성

 각

 2016.11.24.



  서정주가 애틋하게 여긴 아이가 ‘고은’인 줄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만, ‘서정주·고은’은 글결이 나란히 흐릅니다. 고은은 추레질(성추행)을 일삼은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현기영·유홍준을 비롯한 숱한 글바치는 도리어 추레놈을 감쌀 뿐입니다. 곰곰이 보면 다들 한통속으로 묶을 글담이 서슬퍼렇습니다. 《귀향》을 읽다가 자꾸 갸웃거렸는데, ‘보들레르’에 ‘시인 고은’을 읊는 대목은 차마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제주를 말하는 제주스러운 노래란 무엇일까요? 어느 한때 모습만 못으로 박아 놓고서 되새김질을 하거나 추킴질을 할 적에는 아무런 노래가 없습니다. 노래는 외곬(이즘·주의)이 아닌, 오롯이 걷는 오솔길에서 피어납니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술잔치에는 노닥질과 엉큼질과 추레질이 물결칠 뿐입니다. 높낮이가 없이 어깨동무하는 작은집이 품는 나무 한 그루하고 들풀 한 포기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멧새를 곁에 두는 살림터에서 누구나 수수하게 노래 한 가락을 두런두런 읊습니다. 이 나라에는 틀림없이 ‘한국시’가 있을 테지만, ‘우리노래’는 잊히거나 억눌리거나 스러졌습니다. 글담이 줄줄이 세운 ‘한국시’에 한자리 얻은 글바치는 잔뜩 있을 테지만, 그들은 노래지기도 노래이웃도 노래살림도 아닙니다.


ㅅㄴㄹ


아들네 살고 있는 의왕시 오전동 / 삼 층짜리 자그만 하얀 집 / 보들레르가 어린 시절 살던 작은 집이 생각난다 / 이 집에서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 어린 날부터 오래 산 것 같은 생각 (하얀 집/37쪽)


시인 고은이 말했다 / “내가 노래 부를 때 따라 하지 마!” / 아리랑을 불렀다 … “서부두엘 가자!” 시인 고은이 외친다 / 시인 허영선이 모는 자동차 타고 가는 나는 / 아픈 허리가 많이 불편해 죽겠다 / 허영선이 말 한다 / “옛 서부두가 없어진 게 어딘데 / 서부두엘 가 봐도 서부두는 없어요!” / “그럼 쐬주 집으로 가자!” / 시인 고은이 외친다 (어느 날/108,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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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문충성, 각, 2016)


고희를 넘겼으면 본전은 된 것이니

→ 일흔을 넘기면 밑돈은 되니

→ 바른철 넘기면 제값은 되니

23쪽


당신은 요술쟁이

→ 그대는 깜짝이

→ 너는 반짝쟁이

24쪽


계획된 퇴원일보다 하루 빨리 나간다고

→ 나갈 날보다 하루 빠르다고

→ 나간다는 날보다 하루 빠르다고

25쪽


사이비 논객도 죽어야 되는 줄 알았네

→ 거짓말쟁이도 죽어야 하는 줄 알았네

→ 뻥쟁이도 죽어야 하는 줄 알았네

→ 겉말쟁이도 죽어야 하는 줄 알았네

32쪽


어린 날부터 오래 산 것 같은 생각

→ 어린 날부터 오래 산 듯하다고

→ 어린 날부터 오래 살았구나 하고

37쪽


일본 장사꾼들과 교역하며 되레 큰 돈 벌었네

→ 일본 장사꾼과 사고팔며 되레 큰돈 벌었네

→ 일본 장사꾼과 흥정하며 되레 큰돈 벌었네

42쪽


가을 잎 떨어지고 북풍한설 차가운 날 천지에 가득하면 새하얗게

→ 가을잎 떨어지고 겨울빛 차가운 날 온곳에 가득하면 새하얗게

→ 가을잎 떨어지고 얼음바람 차가운 날 둘레에 가득하면 새하얗게

64쪽


환해진다 세상이 밝아온다 점점

→ 환하다 온누리가 밝아온다 차츰

65쪽


발산개세拔山蓋世 그대는 실패하지 않았네

→ 힘찬 그대는 꺾이지 않았네

→ 우렁찬 그대는 곤두박이 아니네

→ 드센 그대는 그르치지 않았네

→ 기운찬 그대는 망치지 않았네

→ 커다란 그대는 못 이루지 않았네

100쪽


나의 마지막은 시작되었으니

→ 내 마지막을 열었으니

→ 나는 마지막을 걸어가니

101쪽


새 방파제 생겨나고 있다 마구

→ 새 나루둑 생겨난다 마구

→ 둑이 새로 생겨난다 마구

122쪽


매립을 두 번씩이나 해서

→ 두 벌씩이나 메워서

122쪽


열이 40도도 더 높아 의식불명 되었을 때

→ 40눈금도 더 달아올라 해롱해롱할 때

→ 40마디도 넘게 뜨거워 쓰러졌을 때

→ 40자리도 넘게 후끈거려 뻗었을 때

13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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