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12.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

 율리우스 베르거/나성인 옮김, 풍월당, 2021.11.10.



새벽에 길을 나선다. 서울로 가면 새소리도 개구리소리도 풀벌레소리도 없을 테니, 마을 앞에서 첫 시골버스를 기다리며 듬뿍 머금는다. 고흥읍으로 나온다. 제비집을 살피려는데 모두 사라졌다. 올해 이른봄에 갑자기 제비집을 모두 헐더니 또 헐었구나. 이 못난 사람들 같으니. 그저께 고흥읍버스나루 처마 밑 제비집 두 곳에는 모두 여덟 마리 새끼 제비가 거의 다 자라서 날갯짓을 앞두었는데, 어린 제비를 몽땅 죽이려 하는구나.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문화온도 씨도씨〉에 간다. 6월 한 달 동안 ‘내성천 제비숲’을 알리는 보임꽃(전시회)을 편단다. 지율 스님이 내성천을 꾸준히 지켜본다는데, 영주둑 언저리에 얼추 20∼30만에 이르는 제비떼가 있다고 한다.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를 읽고서 이슬과 들숲과 새와 사람 사이를 가만히 헤아린다. 글쓴이는 이슬빛과 이슬내음과 이슬노래를 듣고서 꾸러미를 여미었을 텐데, 옮긴이는 이슬을 얼마나 곁에 두었을까? 풀잎에 맺힌 이슬이며 거미줄에 맺는 이슬을 마주할 수 없는 곳에서 붓대만 쥐지는 않았을까? 모든 지음이는 구경꾼 아닌 살림꾼인데, 옮긴이는 얼마나 살림꾼 자리에서 글결을 손보려나?


#BergerJulius #Tautropfe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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