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11.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글/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4.4.24.



옷을 빨고 이불을 빤다. 베개도 빨고 이불을 더 빤다. 이 여름에 옷도 이불도 잘 마른다. 한껏 땀을 뺀 뒤에는 두바퀴를 달려서 들빛과 노을빛을 헤아린다. 일하고 씻고 쉬다가, 일하고 씻고 쉰다.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도란도란 밥을 차리면서 하루가 흐른다. 부드럽게 넉넉하게 볕과 바람이 갈마들면서 보금자리를 어루만진다. 꽃은 꽃내음을, 흙은 흙내음을, 비는 비내음을, 나무는 나무내음을, 숲은 숲내음을, 들은 들내음을 다 다르게 베푼다. 바람내음을 맡는다면 하늘을 읽을 테고, 별내음을 맡는다면 넋과 숨결을 고르게 살필 테지.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을 돌아본다. 언제나 옮김말씨가 말썽이다. 이웃말에 마음을 쓰듯 우리말에 마음을 써야 이을 수 있다. ‘열세 가지’라고만 해도 ‘가지’라는 낱말에 한자말 ‘방법’이 녹아든다. “열세 가지 길”이라 해도 되지만 “열세 가지”라고만 할 수 있고, 더 단출히 ‘열셋’이라 할 만하다. 곰곰이 보면, 들숲바다를 품는 멧골이나 시골에서 말글을 익히는 일꾼이 드물다. 아이를 낳고 돌보고 집살림을 도맡으면서 말글을 다루는 일꾼도 드물다. 푸르게 우거지는 숲에서 모든 말이 태어난 줄 읽을 때라야, 푸르게 돌보는 말 한 마디로 온누리를 추스를 수 있다.


#ThirteenWaysToSmellaTree #DavidGeorgeHaskell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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