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시험 보리피리 이야기 6
박선미 지음, 장경혜 그림 / 보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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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4.7.31.

푸른책시렁 173


《욕 시험》

 박선미 글

 장경혜 그림

 보리

 2009.3.31.



  어린이라고 삿대말을 하지 말아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어린이가 왜 삿대말을 해야 할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처음부터 둘레 어른이 어른답게 일하고 살림하고 말하면서 마을살림과 집살림을 돌보아야 합니다.


  푸름이라고 찧거나 빻지 말아야 하지는 않는데, 푸름이가 왜 이웃이나 동무를 찧거나 빻아야 할는지 곱씹을 일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어른이 어른스러이 살아가고 사랑하고 어울려야 합니다.


  《욕 시험》이 처음 나오던 무렵부터 썩 달갑지는 않았습니다. 어린이나 푸름이가 마음앓이를 하는 대목을 조금은 짚되, 막상 어떤 밑싹으로 나아갈 적에 어린이답고 푸름이다우며 어른다운지로는 좀처럼 못 나아갔다고 느낍니다. “욕할 일이 있으면 시원스레 욕하면 된다”는 줄거리하고 맺음말로 빠집니다.


  글쎄, 참말로 이렇게 빠져도 될까요?


  《욕 시험》에 나오는 아이가 속앓이를 하는 일을 하나하나 보노라면, 둘레 아이들이 으레 ‘어른답지 않은 어른’이 벌이는 짓과 말을 흉내냅니다. 이뿐 아니라 배움터나 마을에서도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이 참으로 많아요. 예나 이제나 이 대목은 매한가지입니다. 이름이나 허울은 ‘어른’이되 그저 ‘꼰대’라는 쳇바퀴에서 서로 싸우고 다투고 할퀴면서 등지는 굴레가 깊습니다.


  삿대말이나 막말을 하고픈 어린이가 있을까요? 깎아내리는 말을 하면 참말로 시원하거나 후련할까요? 속앓이를 하는 아이 마음을 어느 만큼은 짚은 《욕 시험》이지만, 참말로 이대로 끝맺어도 될는지 되새겨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동무들이 애꿎은 말로 놀려대고, 가슴을 콕콕 찌르는 말을 해도 발을 동동 구르고 팔딱팔딱 뛰기만 했어. 지나가던 동네 어른이, “박 선생 딸래미 아이가?” 할까 봐, 욕 한 번 하지 못했어. (35쪽)


“저거들이 잘못해 놓고 내가 욕하면 선생 딸이 욕한다고 노래 부르고 댕기는데예?” “선생도 욕하는데 선생 딸이 와 욕 못 하겠노?” ‘선생도 욕한다고’ 깜짝 놀라서 선생님을 올려다보았어. (51쪽)


“오빠한테도 니가 안 한 거는 안 했다고 말하고. 그거는 대드는 기 아이다. 가랠 거는 가래야지 … 이 시험지에 대고 욕이라도 시원하이 다 풀어 놓고 너거들 마음을 훌렁훌렁 씻어 버리라고 그랬지.” (54쪽)


+


《욕 시험》(박선미, 보리, 2009)


욕 한 번 하지 못했어

→ 왁왁하지 못했어

→ 뒷말도 하지 못했어

→ 빻지도 못했어

→ 찧지도 못했어

35쪽


천상 저거 엄마라

→ 아주 저거 엄마라

→ 그냥 저거 엄마라

→ 워낙 저거 엄마라

37쪽


니가 안 한 거는 안 했다고 말하고. 그거는 대드는 기 아이다. 가랠 거는 가래야지

→ 니가 안 했으면 안 했다고 말하고. 대들기가 아이다. 가랠 때는 가래야지

5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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