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7.23.

오늘말. 부대끼다


‘아는척’하고 ‘알다’는 밑싹부터 다릅니다. ‘아는척’을 하는 분은 늘 얽매이더군요. 스스로 안다고 여기는 틀에 옥죄여 늘 판박이에서 맴돕니다. ‘알다’가 아닌 ‘아는척’이기에 부스러기에 끄달려요. 알지 않으니까 질끈 동여매고서 스스로 갇힙니다. 아는 사람은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부터 첫발을 뗍니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에 밑돌을 천천히 다져요. 무엇을 모르는지 알지 않는다면 징검다리를 안 놓더군요. “모르는 곳을 알아가려”고 디딤돌을 놓습니다. 모르는 길을 열고 싶기에 어제하고 오늘을 이을 뿐 아니라, 스스로 바탕을 다지는 바람을 마시고 바다를 품어요. ‘아는척’을 하느라 부대낍니다. 아는 사람은 보대낄 일이 없어요. ‘아는척’에 끌려가기에 그만 지지고 볶거나 싸우거나 겨룹니다. 아는 사람은 바람나래를 펴면서 홀가분합니다. 알지 않기에 스스로 발목을 잡아요. 알기에 가볍게 뛰고 달리면서 빙그레 웃어요. 멍에는 남이 안 씌웁니다. 차꼬는 남이 안 채웁니다. 수렁은 남이 안 팝니다. ‘아는척’을 하는 쇠고랑이 고스란히 사슬입니다. 아는 사람은 가볍게 풀어요. 알아가려 하니 수수께끼를 풀고 짓고 맺지요.


ㅅㄴㄹ


밑돌·밑동·밑싹·밑받침·바탕·받침·발판·디딤돌·디딤판·터·터전·징검다리·징검돌·잇다·이음돌·이음길 ← 전진기지(前進基地)


사슬·쇠사슬·쇠고랑·고랑·고삐·굴레·멍에·수렁·재갈·차꼬·그물·그물눈·그물코·틀·틀넋·틀박이·판·판박이·시달리다·얽매다·옥죄다·옭죄다·옭다·옭매다·끄달리다·끌려가다·끌려다니다·달리다·동이다·동여매다·매다·매이다·묶다·묶이다·발목잡다·발목잡이·부대끼다·보대끼다·죄다·조이다·지지고 볶다·쬐다 ← 속박, 주박(呪縛)


바람갈이·바람갈이개·바람날개·바람나래·바람이·시원이·시원날개 ← 환풍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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