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7.22.
오늘말. 서푼
한 사람이 건네는 서푼은 하찮게 볼는지 모릅니다만, 열 사람이 모이고 온 사람이 모이며 즈믄 사람이 모이면 시답잖을 수 없습니다. 온누리 누구나 한 줌씩 모을 적에는 초라하거나 모자랄 수 없어요. 얼핏 가난하게 보여서 후줄근하게 여길 수 있을 테지만, 겉모습만으로 싸구려라든지 시시하다고 여긴다면 오히려 볼썽사납습니다. 사람도 나무도 겉차림이 아닌 속빛으로 마주하기에 아름답습니다. 너도 나도 속빛이 아닌 겉빛으로 따지거나 잰다면 변변찮거나 좁지요. 허울만 좋기에 꼴없습니다. 치레에 얽매이니 꼽재기입니다. 덮어씌우거나 감춘다면 잡살뱅이예요. 겨울이 나쁠 수 없습니다. 추위가 쌀쌀하지만은 않습니다. 주머니는 두둑하더라도 이웃하고 나눌 줄 모르기에 새알곱재기요, 사랑이 없어요. 손바닥에 쥔 몇 푼을 스스럼없이 이웃하고 나누는 어린이 마음이기에 반짝이는 별빛이요, 싱그러이 하늘빛입니다. 하루를 차분히 살아내면서 둘레를 봅니다. 오늘을 차곡차곡 가다듬으면서 마음을 북돋웁니다. 강파르구나 싶은 가시밭길은 팍팍해 보이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새로 내딛으면서 스스로 기지개를 켭니다.
ㅅㄴㄹ
갈기다·강파르다·겨울·한겨울·얼다·차갑다·차다·추위·가난하다·곱·곱재기·꼽·꼽재기·꽁·꽁하다·새알곱재기·꼴같잖다·꼴사납다·꼴없다·몰골사납다·볼꼴사납다·볼썽사납다·나쁘다·사납다·눈밖·뚝뚝·무뚝뚝·사랑없다·메마르다·모자라다·못 미치다·비좁다·좁다·변변찮다·보잘것없다·볼것없다·볼품없다·초라하다·추레하다·팍팍하다·하찮다·후줄근하다·서늘하다·싸늘하다·쌀쌀하다·서푼·시답잖다·시시하다·싸다·싸구려·알량하다·잡살뱅이·쫄때기·좀스럽다·좁싸라기·쥐꼬리·쥐뿔 ← 박복(薄福)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