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부산말 2024.6.23.해.
서울이라는 곳이 살 만하면서 아름다우려면,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거나 쏠리지 않아야 한단다. 우글우글하거나 북적북적하다면, 이곳은 “안 살 만하다”는 뜻이야. 시골이라는 곳이 살 만하면서 아름다우려면, 사람들이 떠나거나 등돌리지 않아야 한단다. 자꾸 시골을 떠나거나 등진다면, 시골이라는 터전을 가꾸거나 돌보기에 벅차. 얼핏 사람들은 ‘일자리’ 때문에 서울로 간다고 밝히지만, ‘일자리’ 때문이기보다는 ‘서울’이라는 이름 때문이지. ‘서울대학교’에 왜 들어가겠니? “무엇을 배운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서울’이라는 이름을 앞세우는 나라인 줄 모르는 척하려는 셈은 아닐 테지? 서울에 집이 있으니, 서울을 살피게 마련이야. 서울에서 일을 하니, 서울 이야기를 들여다보겠지. 광주사람은 서울에서 광주말을 쓰고 살아갈까? 광주말로 글을 쓰니? 아니지. 부산사람은 서울에서 부산말을 쓰며 일할까? 부산말로 글을 쓰니? 어느 고을에서 다른 고을로 가더라도 으레 고을말씨를 안 잊게 마련이지만, 서울에만 가면 다들 ‘엄마말·아빠말’을 잊더구나. 미국에 가면 미국말을 쓸 노릇이고, 일본에 가면 일본말을 쓸 일이지. 그러나 미국말과 일본말은 ‘잇는말·이웃말(외국말)’이야. 넋을 잃고서 기울 말이 아니란다. 넋을 잃는 사람은 문득 “새터에 몸을 맞추어서 잘 사는” 듯 보일 수 있지만, 뿌리없이 떠도는 셈이란다. 뿌리 잃은 나무한테 물만 주면 살 수 있을까? ‘말’은 ‘마음’을 이루는 실마리란다. 어느 곳에 가서 무슨 일을 하든지, 너는 네 넋을 그리는 네 말을 쓸 노릇이면서, 이웃하고 잇는 말을 익혀야겠지. 나비랑 사귀려면 ‘나비말’을 익혀야잖니. 숱한 마을과 고을과 시골과 고장이 왜 사라지려 하는지 생각하렴. 다들 ‘말’을 잊으면서 뿌리가 없어진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