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루코와 일하는 동물 2
이시다 요로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12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7.14.
나랑 노는 네 마음
《요루코와 일하는 동물 2》
이시다 요로즈
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23.12.25.
마음을 푸근히 놓는 사이라서 함께 놉니다. 마음을 못 놓는 사이라면 못 놀아요. 같이 놀지 못 한다면, 같이 일하지 못 하지요. 놀거나 일할 적에 어울리지 못 한다면, 그냥 같은 곳에 있더라도 거북하면서 힘겹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사이라서 따뜻하게 살피고 포근하게 다독입니다. 마음을 안 나누는 사이라면 차갑게 등돌리거나 매몰차게 밀어내겠지요. 마음을 나누기에 같이 놀거나 일하고, 마음을 안 나누니 같이 놀거나 일하기 벅찹니다.
《요루코와 일하는 동물 2》(이시다 요로즈/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23)은 언제 어디에서 마음을 가볍게 놓고서 즐겁게 하루를 누릴 수 있는지 들려줍니다. 적잖은 이들은 얼핏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면서 마음을 들쑤시곤 합니다. 그분들로서는 “걱정해서 하는 말”일는지 모르나, 그분들 말을 듣는 쪽에서는 어떤 마음일는지 하나도 안 헤아리는 모질거나 몹쓸 말이기 일쑤예요.
굳이 걱정해 주어야 하지 않아요. 마음을 기울이면 됩니다. 걱정한다는 티를 애써 안 내어도 됩니다. 그저 곁에 나란히 있으면서 어떤 마음인지 살피면 됩니다. “왜 그것도 못 해?” 하고 왜 따져야 할까요? 그분들은 아주 가볍게 어느 일을 해낼는지 모르나, 모든 사람이 모든 일을 가볍게 냉큼 해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때 되면 짝을 찾아서 아기를 낳아야” 하지 않고, “때 되면 목돈을 버는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습니다. 일찌감치 짝을 찾아서 아기를 낳을 수 있고, 느즈막이 짝을 찾아서 아기를 낳을 수 있으며, 내내 호젓하게 지내면서 아기를 안 낳을 수 있어요. 돈을 조금 벌어서 조금 쓰는 수수한 살림길을 나아갈 수 있고, 시골에서 땅을 일구면서 “돈 아닌 살림”으로 하루를 지을 수 있습니다.
《요루코와 일하는 동물》에 나오는 요루코 씨는 그림꽃을 빚는 길을 걸어갑니다. 남처럼 빨리 많이 그리지는 못 하지만, 스스로 그리고픈 삶과 살림을 차근차근 담아내는 나날입니다. 긴말이 아니어도, 사람말이 아니어도, 눈빛과 몸짓과 마음으로 사근사근 어울릴 수 있는 뭇숨결하고 어울리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느긋하면서 아늑합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숨결은 다 다르기에 저마다 새롭게 눈을 마주하면서 마음을 나눕니다. 잔나비하고 고슴도치는 다 다른 몸으로 만납니다. 곰하고 고양이는 서로 다른 몸으로 만납니다. 겉몸은 다르되 마음은 하나일 수 있습니다. 하는 일은 다르되 바라보는 길은 나란할 수 있습니다.
어느 배움터를 다니는 모든 어린이나 푸름이가 똑같은 값(점수)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다. 어느 일터를 다니는 모든 어른이 똑같이 움직여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알맞게 배우고 익히고 가다듬어서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즐겁게 어울립니다. 더 빠르게도 느리게도 할 까닭이 없이, 스스로 푸근한 결을 헤아리면서 나아갈 수 있기에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이 나라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더 이름높고 더 돈있고 더 힘센 자리에 서야 하는듯 내몰곤 합니다. 일삯을 높게 치는 곳에서 일해야 할까요? 이름값을 드날리는 데에서 지내야 할까요? 큰힘을 부리는 곳에서 우쭐거려야 할까요?
아기는 아기로 태어납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닌 아이입니다. 다 다른 아이가 다 다르게 뛰놀고 배우고 사랑받으면서 다 다른 어른으로 천천히 철들기에 사람살이가 즐겁고 아름다워요. 우리나라에서 아기가 적게 태어나는 까닭을 언제쯤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사랑으로 하루하루 누리는 터전이라면, 나라에서 목돈을 쏟아붓지 않아도 누구나 기쁘게 짝을 맺어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아기를 낳을 테지요. 보금자리나 보금마을이 아닌, 배움불굿(입시지옥)에 일불굿(취업지옥)이라면, 누가 짝을 맺고 싶겠으며, 누가 아기를 낳아 돌보고 싶겠습니까.
어버이라면, 돈을 받으려고 아기를 낳지 않습니다. 어버이라면, 아기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기만 하지 않습니다. 아기가 누릴 사랑을 헤아리기에 어버이입니다. 아이가 차근차근 익힐 살림과 들숲바다를 살피기에 ‘배움터(학교)’ 구실입니다. 맨발로 뛰놀 들과 숲과 바다가 어디에서나 푸르고 넉넉하다면, 어느 시골도 사라질 일이 없고, 아기는 골골샅샅에서 까르르 웃으면서 기지개를 켜겠지요.
ㅅㄴㄹ
‘일 끝내고 녹초가 됐었는데, 뭔가 개운하게 땀을 흘린 것 같아!’ (19쪽)
‘역시 긴장된다. 남이 내 머리를 만지는 것도, 나한테 말을 거는 것도 불편해.’ (27쪽)
‘이렇게 가만히 있는 시마 짱을 멀리서 보는 건 드문 일인 것 같네. 스체키 할 때는 좋지만, 역시 쓸쓸해! 이 상태가 계속되면 어떡하지!’ (52쪽)
“글쎄요, 제가 동물들한테 인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 어쨌든 집요하게 행동하면 안 되고.” (77쪽)
“치구사, 티베트모래여우 씨가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 “처음부터 계속 같은 표정처럼 보입니다만?” (101쪽)
#夜子とおつとめどうぶつ
#石田万
복슬복슬 성분이 부족하다
→ 복슬복슬 기운이 적다
→ 복슬복슬이 모자라다
3쪽
저게 바로 어른의 재력인 거야
→ 저 모습은 바로 어른 돈줄이야
→ 바로 어른 밑천이야
8쪽
프리스비 같은 거 해본 적 없단 말이야∼∼!!
→ 접시는 해본 적 없단 말이야!!
→ 고리는 해본 적 없단 말이야!!
14쪽
남이 내 머리를 만지는 것도, 나한테 말을 거는 것도 불편해
→ 남이 내 머리를 만져도, 나한테 말을 걸어도 거북해
→ 남이 내 머리를 만지건, 나한테 말을 걸건 힘들어
27쪽
크리스마스에는 어디나 북적이니까 집에 있는 게 제일 좋아
→ 섣달잔치에는 어디나 북적이니까 집에 있으면 가장 나아
→ 거룩잔치에는 어디나 북적이니까 집에 있어야 가장 나아
1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