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7.2. 팔다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제 하루 서울일을 보고서 오늘 부산으로 건너갈까 어림하다가 그만둡니다. 바깥으로 나오면 등짐이 차츰 늘어나기도 하지만, 고흥에서 서울로 달린 이튿날 부산으로 달렸다가, 이다음날 고흥으로 달리자면 꽤 뻑적지근할 듯싶습니다. ‘우리 집’하고 바깥이 무엇이 다를는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 집에서는 새를 맞이하고, 개구리하고 풀벌레가 동무합니다. 구름을 읽고 하늘과 별과 해를 마주합니다. 풀냄새를 맡고 나무그늘을 누립니다. 비가 오면 빗물을 마시고, 해가 돋으면 볕물(햇볕 먹인 물)을 즐깁니다.
저는 인천에서 나고자랐어도 어릴 적에 으레 빗물을 혀로 날름거리며 놀았고, 슈룹으로 비를 긋기도 하지만, 쫄딱 적으면서 걷거나 놀곤 했습니다. 집밖에서는 섣불리 빗물놀이를 못 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길손집에서 전철나루까지 찾아가는 1.5킬로미터를 걸으면서 옴팡 젖었습니다. 글종이도 조금 젖는군요. 그러려니 여기면서 “조금만 걸으면 될 테지” 했는데, 젖은 살림을 말리면서 돌아보노라니, 또 개구쟁이 짓을 했구나 싶어요.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글손질 일감을 잡습니다. 쉬다가 일하기를 되풀이합니다. 늦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펴고서 자리에 눕는데, 나무바닥에서 개구리노래를 들으니 “살 만하구나. 살아나겠구나.” 싶군요. 팔다리에 힘을 뺍니다. 밑으로는 깊디깊이 땅밑을 헤아립니다. 위로는 높이높이 별누리를 헤아립니다. 별(우주)과 별(지구)을 온몸으로 그리며 밤이 흐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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