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혀짧은 2024.6.20.나무.



혀가 있으니 ‘말’을 한다고 여겨. 아주 조그마한 살덩이인 ‘혀’일 텐데, 혀를 끝(입구멍)에서 떼는 결에 따라서 ‘말결’이 피어나. 피리를 보면 ‘서’가 있어. ‘피리서’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리드(reed)’라 하지. 피리에서 ‘서’는 사람한테는 ‘혀’야. ‘서’가 있기에 피리소리가 흐르고, ‘혀’가 있으니 사람소리인 마음소리를 ‘말’로 고르고 펴며 나눈단다. 씨앗을 보면 씨눈이 있어. ‘씨몸’을 보면 씨눈은 매우 작아. 그러나 이 작은 씨눈이 없으면 씨앗일 수 없어. 끝에 조그맣게 돋는 눈이 있기에, 씨앗은 깨어날 날을 기다리고 지켜보지. 사람은 “커다란 몸에 자그맣디자그마한 끝인 혀”가 있기 때문에, 온몸으로 마주하고 겪는 나날을 부드럽게 떨면서 ‘말’이라는 소리로 울려낸단다. 혀가 없다면 따로 소리나 말이 없겠지. 곰곰이 보면, ‘몸’이 있으니 ‘삶’이 있어. ‘마음’이 있으니 ‘생각’이 싹트면서 자라. ‘혀’가 있으니 ‘말’이 있고, ‘손’이 있으니 ‘살림’이 있어. ‘발’이 있으니 ‘마음’이며 ‘길’이 있고, ‘눈’이 있으니 ‘봄’이 있으면서 그림과 빛이 있구나. ‘귀’가 있으니 ‘이야기’가 있고, ‘코’가 있으니 ‘꽃’이 있고, ‘가슴(심장)’이 있으니 ‘사랑’이 있고, ‘머리(골·뇌)’가 있으니 ‘하루’가 있겠지. 온누리를 보면, 누구나 ‘혀’라는 몸을 타고나는데, 혀가 긴 사람이 있으면서 혀가 짧은 사람이 있고, 혀를 다쳤거나 잃은 사람이 있고, 혀가 없는 채 태어나는 사람이 있어. 혀가 길다면 ‘혀놀림’이 가벼울 테니, 말을 마음껏 하겠지. 혀가 짧다면 혀를 잘 놀리지 못 하면서 말소리가 새거나 버거워. ‘혀긴사람’은 대수롭지 않더라도 ‘혀짤배기’는 “둘레에서 쉽다고 여기는 말소리”부터 고단한 담벼락이야. 네가 혀짧은 사람이라면, 어렵게 말을 하지 않겠지. 네가 혀긴 사람이기에, 자꾸 꼬거나 비틀면서 “말힘(언어권력)”을 휘두르지는 않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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