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사비 히라오 아우리 단편집
히라오 아우리 지음,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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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6.16.

만화책시렁 656


《와비사비, 히라오 아우리 단편집》

 히라오 아우리

 김정규 옮김

 길찾기

 2018.2.15.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면, 어떤 아이로 살면서 어떤 어른이 되려는 마음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가만히 있어도 나이는 먹고, 그냥저냥 있어도 몸은 불어납니다. 날마다 생각씨앗을 마음에 심지 않는다면, 마음이 안 자라게 마련입니다. 언제나 생각씨앗을 차곡차곡 일구고 가꾸면서 품으면, 마음은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요. 서둘러 심어서 빨리 뽑아내려고 하면, 모든 풀꽃나무는 시들시들 고단하면서 그만 죽어요. 풀씨도 생각씨도 마음씨도 “자랄 틈”을 누려야 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살림하는 틈”을 낼 노릇입니다. 자랄 틈을 누리면서 철이 들어야 어른입니다. 자랄 틈이 없이 나이만 먹은 채 살림을 등진다면, 철없는 늙은몸으로 굳어요. 《와비사비, 히라오 아우리 단편집》은 ‘와비사비(わびさび)’라는 일본말 그대로 하루를 바라보는 길이 무엇인지 돌아보려는 줄거리를 담는 듯싶습니다만, 이쁘장한 꽃별(아이돌)을 그리려고 너무 애썼구나 싶어요. 얼굴과 몸매를 이쁘게 그려야 “단출하며 한갓진 멋”이지는 않겠지요. 수수하면서 숲빛으로 푸르게 일렁이는 바람일 적에 비로소 ‘단출한갓(와비사비)’라고 느낍니다. 눈을 감아야 눈뜰 수 있고, 겉눈 아닌 속눈으로 보아야 살림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아무튼 안 돼요! 이 아이는 절대로, 꼭 내가 지킬 거니까! 이 아이를 데려가느니! 차라리 날 데려가요!” (40쪽)


‘대학에 들어가며 배구를 그만뒀다. 머리를 기르고 언니한테 화장도 배웠다. 가까이 오는 여자들은 없어졌다. 내가 여자라는 사실, 그것을 제일 신경 쓰던 건 나 자신이었고.’ (58쪽)


+


#わびさび #侘寂


《와비사비》(히라오 아우리/김정규 옮김, 길찾기, 2018)


여기 별채는 문화부 건물이거든

→ 여기 뒷채는 살림터 집이거든

→ 여기 낱채는 살림두레 집이거든

→ 여기 곁채는 살림모임 자리거든

3쪽


그 시절이 인생의 절정이었던 것 같다

→ 그무렵이 가장 빛났지 싶다

→ 그때가 봄날이었구나 싶다

→ 그즈음이 무지개철이었네 싶다

→ 그날이 꽃나래였다고 느낀다

44쪽


설정이 너무 많잖아요

→ 틀이 너무 많잖아요

→ 밑그림이 너무 많아요

→ 너무 많이 짰잖아요

→ 너무 많이 놓았어요

68쪽


그야, 그건 그냥 기행이니까

→ 그야 뜬금없으니까

→ 그야 엉뚱하니까

76쪽


받아들이고 말고 이전에 용량 초과야

→ 받아들이고 말고에 앞서 넘쳐

→ 받아들이고 말고보다 너무 많아

80쪽


저주의 힘으로 초목이 말라붙고 암흑공간이 돼버렸습니다

→ 미워하는 힘으로 푸나무가 말라붙고 캄캄합니다

→ 갉아댄 힘으로 풀꽃나무가 말라붙고 새카맣습니다

1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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