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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4
오자키 이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5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6.5.
잔소리를 듣기 싫다면
《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4》
오자키 이라
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5.30.
제가 사내 아닌 가시내라는 몸을 입고서 태어났으면, 오늘날 온누리와 우리나라를 어떻게 바라보려나 하고 곧잘 헤아리곤 합니다. 사내는 가시내 마음을 알 길이 없습니다만, 또한 가시내도 사내 마음을 알 턱이 없습니다만, 둘은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열고 틔우고 만날 수 있습니다.
서로 알 길이 없기에 이야기를 합니다. 서로 알 턱이 없기에 자꾸자꾸 말을 하고 주고받고 나누고 들려주고 들으면서 생각을 합니다.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은 암말을 안 해도 됩니다. 그러나 말을 안 하니까 모를 뿐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서로 모르는 판이기에, 꼭 말을 해야 하고, 꼭 말을 많이 해야 하고, 꼭 마음을 활짝 틔워서 말꼬를 열 노릇입니다.
《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 4》(오자키 이라/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을 읽으면서 두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돌아봅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사내는 가시내 마음을 알 수 없으니, 가시내가 들려주는 말을 오래오래 듣고서 오래오래 곱씹을 노릇입니다. 이런 다음에 가시내한테 ‘사내로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하나하나 풀어내어 오래오래 말을 할 일입니다. 둘은 자꾸자꾸 말을 나누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 만하고, 어느새 ‘마음을 환하게 틔우는 말’이 어떻게 서로 가꾸고 살리는 씨앗(말씨)으로 깃드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적잖은 사내는 잔소리를 싫어하는데, ‘사랑소리’를 안 들으려는 마음이니 잔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사랑소리를 듣고, 마음소리를 나누고, 생각소리를 펴는 사내라면, 어떤 가시내도 사내한테 잔소리를 할 까닭이 없어요. 즐겁게 집안일을 함께 맡을 뿐 아니라, 먼저 나서서 집살림을 꾸리는 사내라면, 참으로 어떤 가시내도 사내한테 잔소리를 안 합니다.
잔소리를 들을 짓을 버젓이 하고서 “왜 잔소리를 하는데?” 하고 입을 삐쭉 내미는 사내는 모두 철없습니다. “난 왜 다시 잔소리를 들을까?” 하고 곱씹고서 “어느 대목을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꾸거나 고쳐야 하나요?” 하고 물어보는 사내라면, 조금씩 잔소리를 적게 들을 만하고, 어느덧 사랑소리에 마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윽고 둘 사이에는 ‘노랫소리’가 피어나겠지요.
그러니까 《심야의 유감천만 사랑도감》은 온통 ‘잔소리’입니다. 이 잔소리가 듣기 싫거나 지겹다고 여길 사내가 우리나라에 우글우글하리라 봅니다. 그래서 철없는 숱한 사내가 이 그림꽃을 되읽고 새겨읽고 거듭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나 푸름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마다 새로 들어야 하는데, 알맹이는 거의 없이 무슨 틀(법 조항)을 언제 세웠다고 하는 줄거리만 외는 덧없는 ‘성희롱 예방교육’은 좀 내려놓고서 ‘잔소리를 들어야 할 사내’가 참말로 신나게 듣고서 삶과 살림과 사랑과 사람을 숲빛으로 돌아보도록 북돋울 책을 찬찬히 읽고서 느낌글을 쓰도록 바꿀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저기요, 여자한테 돈을 내게 하는 것에 대한 자존심은 없는 겁니까? 그리고 그런 말을 부인한테 시키다니. 아니면, 삼촌의 농담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내가 멋대로 도와줬다는 식으로 하고 싶은 건가?’ (34쪽)
“남의 악담을 전 세계에 (트위터로) 풀어놓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핸드폰이나 일기장을 몰래 보는 것과 똑같이 취급하지 마.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곳에 마음껏 써댄 건 당신이잖아.” (98쪽)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열심히 데이트한 결과, 그 모습이 인터넷에 쓰레기처럼 표현되고, 결국엔 적반하장 격으로 비난까지 받았는데, 그래도 난 남자에게 NO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요?” (99쪽)
“멋대로 한심한 남자가 된 거잖아요.” (162쪽)
“‘요즘엔 편리한 가전제품이 뭐든지 다 해준다’란 소리를 지껄이는 놈이 많은데, ‘난 집안일은 전혀 해본 적 없는 무식한 인간입니다’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부끄럽지 않나?” (176쪽)
“그 말은 365일 집안일을 대신 한 다음에 말해. 쉬는 날 하루 대신한 정도 가지고 무슨 소리야? 빨래랑 청소가 간단했던 건, 평소에 늘 여자친구가 해줬기 때문이야. 네 여자친구가 네 일을 하루 대신 해주고 ‘네 일, 완전 쉽다☆’라고 하면 ‘그렇지?☆’라고 할래?” (182쪽)
#尾崎衣良 #深夜のダメ恋図鑑
빨리 둘째를 만들렴
→ 빨리 둘째를 낳으렴
28쪽
저기요, 여자한테 돈을 내게 하는 것에 대한 자존심은 없는 겁니까
→ 저기요, 순이한테 돈을 내라고 하는 말은 떳떳합니까
→ 저기요, 무슨 뱃심으로 순이한테 돈을 내라고 합니까
34쪽
남의 악담을 전 세계에 풀어놓고
→ 온누리에 대고 남을 물어뜯고
→ 온누리에 비꼼말을 풀어놓고
98쪽
결국엔 적반하장 격으로 비난까지 받았는데
→ 마침내 거꾸로 손가락질까지 받는데
→ 끝내 오히려 깎아내리기까지 하는데
99쪽
이러니까 저출산이 진행되는 거야
→ 이러니까 아이를 안 낳아
→ 이러니까 안 낳으려고 해
→ 이러니까 등돌려
→ 이러니까 손사래쳐
1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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