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914


《1987年 國民投票公報 (憲法改正案)》

 편집부 엮음

 선거관리위원회

 1987.



  이제 한글로 ‘헌법’이라 적지만, 꽤 오래도록 한자로 ‘憲法’이라 적었습니다. 예전에는 한글 아닌 한자로 까맣게 적던 글이라면, 요사이는 거의 모두 한글로 바꾸었습니다. 2000년 무렵까지만 해도 한자를 쓸 줄 모르면 손가락질하거나 나무라는 벼슬꾼과 글바치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1987年 國民投票公報 (憲法改正案)》 같은 꾸러미를 누가 읽을 수 있을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조선 무렵에는 아예 중국글로 적어서 내려보냈으니, 한자를 조금 읽더라도 뜻을 새기기 훨씬 힘들었습니다. 흙살림을 짓거나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책은커녕 글씨조차 쓸 일이 아예 없었어요. 퍽 오래 씨내림으로 잇던 임금과 벼슬자리에, 중국글로 뭇사람을 억누르는 얼개였습니다. 앞으로는 ‘헌법’과 ‘국민투표’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수수하고 쉽게 우리말로 바꾸는 첫발을 내딛을 일이라고 느낍니다. 이를테면 ‘첫길·으뜸길 ← 헌법’을 생각할 만합니다. ‘가림·고름 ← 투표’를 생각할 수 있어요. “헌법은 ‘첫째가는 길’이야”나 “국민투표는 ‘우리 누구나 뽑는다’는 뜻이야”처럼 풀어서 말하지 말고, 처음부터 어린이 눈높이로 새말을 여미는 길을 찾으면서 바꿀 만하지요. ‘선거관리위원회’조차 아닌 ‘選擧管理委員會’ 같은 이름은 누가 읽겠습니까. 누구보다 어린이한테 묻고, 어린이가 꿈을 펼 새나라와 새터를 일굴 마음을 펼 첫걸음을 올해에 다시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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