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돌보지 않는 2024.5.19.해.



사람이 “숲을 돌본다”고 할 적에는 ‘손보다·손대다’가 아니야. ‘돌아보다’가 ‘돌보다’야. 어른이나 어버이가 “아이를 돌본다”고 할 적에도 같아. 아이한테 손을 대거나 손을 잡아끌 적에는 ‘아이돌봄’일 수 없어. 아이를 “돌아보는 눈빛을 밝히”기에 ‘돌봄(돌아봄)’이라 할 테지. 동무처럼 보고, 도우면서 보고, 동글동글 보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보고, 두루 헤아리는 마음으로 볼 때라야 ‘돌봄(돌아봄)’이란다. 이끌 적에는 ‘이끌다’이지. 잡아끄니까 ‘잡아끌다’이고, 가르치니까 ‘가르치다’이고, 길들이니까 ‘길들이다’이고, 들볶거나 다그치거나 억누르거나 때리니까 ‘들볶다’에 ‘다그치다’에 ‘억누르다’에 ‘때리다’란다. ‘돌보’지 않으면서 ‘돌봄(육아)’이라는 이름을 허울처럼 붙이는 사람이 아직 많구나. 네가 어릴 적에 네 둘레에서 너를 돌보지 않은 탓에, 너는 네가 어른이나 어버이로 선 오늘 그만 ‘돌봄길’을 모르니? 누가 너를 돌보지 않았으면 넌 이미 죽었어. ‘어른인 사람’만 널 돌보지 않아. 해가 돌본단다. 별이 돌보고, 바람이 돌보고, 비가 돌보고, 땅이 돌보고, 바다가 돌봐. 풀꽃이 돌보고, 나무가 돌보고, 새가 돌보지. 파리모기도 널 돌보고, 개구리와 풀벌레도 돌봐. 쌀과 밀과 달걀도 널 돌봐. 네가 먹을 수 있는 밥이 널 돌보고, 네가 못 먹는 밥도 널 돌봐. 너는 온누리 하늘빛이 돌보는 숨결을 늘 받아들이기에 몸을 이루고 마음을 편단다. 그러니 스스로 생각해 보렴. 넌 이미 ‘돌봄길’이 무엇인지 여태 끝없이 배웠단다. 이제 제대로 눈을 뜨고서 둘레를 다 돌아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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