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든 것이 없어 2024.5.9.나무.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씨앗이라면 뿌리를 내려서 무럭무럭 자라날 새터로 가겠지. “든 것이 없는” 쓰레기는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휘날리면서 뒹굴기만 해. ‘씨앗’은 “알이 찬 작은 숨결”이야. ‘쓰레기’는 “알이 없이 빈 껍데기”야. 네가 ‘말씨앗’을 심을 줄 알면, 네 말씨로 스스로 빛나. 네가 ‘말씨앗’이 아닌, ‘쓰레말’을 자꾸 혀에 얹으면, 너는 네 말씨에 따라서 스스로 갉다가 사라져. ‘든 것’이란, “들인 것”일 텐데, 씨앗을 심어서 가꾸고 거든 알을 들이면 ‘알맹이’이지만, 아무것이나 그저 들여놓으면 “바람든 빈것”이야. 몸을 살리려면 ‘들숨’과 ‘날숨’이 있어야 할 테지. 살림숨을 들이고서, 네 몸빛을 담아서 내놓으니, 풀꽃나무하고 흙이 반겨. 풀꽃나무하고 흙은 너희 날숨을 들숨으로 삼고서, 기쁘게 ‘풀꽃나무·흙빛’을 날숨으로 내놓는단다. 같이 있으면서 같이 알알이 영글어서 알맹이가 그득그득 드는 결이야. 빈 껍데기라서 아무렇게나 날리는 쓰레기는 아무것도 살리지 않는 채 헤매고 떠돌다가, 쓰레기 스스로 낡삭으면서 둘레를 더럽혀. 그런데 해바람비와 바다와 흙과 풀벌레는 이런 쓰레기조차 천천히 두고두고 받아들여서 녹이고 풀어낸단다. 곰곰이 본다면, 사람도 무엇이든 녹이고 풀어내. 사람은 살림을 짓는 사랑으로 모든 앙금·미움·싫음·짜증·부아·시샘·아픔·수렁·싸움을 사르르 녹이고 풀어서,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첫발을 내딛는 삶으로 나아가라고 할 수 있어. “살림을 짓는 사랑”을 마음에 말씨앗 한 톨로 심는단다. 너는 늘 맨 먼저 네 마음에 ‘꿈그림’이라는 밭을 일굴 말씨앗 한 톨부터 심고서, 이 말씨앗이 자라는 하루를 둘레에 이야기해 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