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9.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1》

 나루미 나루 글·그림/김시내 옮김, 파노라마엔터테인먼트, 2016.2.23.



해랑 구름이 갈마드는 하루이다. 작은아이하고 뒤꼍 모과나무 꽃망울을 훑는다. 사다리를 받쳐서 높다란 곳까지 살핀다. 마당 후박나무도 크게 자랐고, 뒤꼍 모과나무도 크게 벌어진다. 훑은 모과꽃은 햇볕에 말린다. 햇볕에 보름 남짓 말리는 모과꽃은 가을겨울을 지나 새봄에 이르도록 누리는 즐거운 꽃물(꽃차)이다. 늦은낮에는 읍내로 마늘을 장만하러 다녀온다.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는 튀김국수를 즐기는 아이가 보내는 하루를 물끄러미 보여준다. 즐기는 어느 한 가지를 놓고는 마음을 활짝 열고, 안 즐기는 모든 곳에는 마음을 꾹 닫는단다. 즐길 줄 아는 마음에는 웃음꽃이 핀다. 즐김길하고 먼 ‘좋다’일 적에는 ‘좁다’로 뻗는다.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가 아닌 “마음을 가꾸느냐 아니냐”를 볼 노릇이다. “마음에 차느냐 안 차느냐”가 아닌 “마음을 일구느냐 아니냐”를 살필 일이다. 하루하루 걸어가는 오늘이다. 언제나 스스럼없이 차곡차곡 여미는 살림이다. 물결이 오르내리듯, 가만히 내리다가 오르면서 너울너울 신나는 춤사위를 이루는 삶이다. 좋다고 웃을 일이 아닌, 즐겁게 하루를 지으면서 저절로 웃음이 샘솟는 일이다. 곰곰이 보면 오늘날 둘레에서 ‘좋다’하고 ‘즐기다’를 가려쓰는 사람이 참 드물다.


#ラ?メン大好き小泉さん #鳴見なる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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