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7.


《그리운 순난앵》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홍재웅 옮김, 열린어린이, 2010.3.30.



조용하게 보내는 하루이다. 쉬엄쉬엄 흐른다. 구름이 짙어도 따뜻한 한봄을 느낀다. 미역국을 끓이고, 일하고 쉬고, 곁님이 들려주는 꾸중을 달게 듣고서 곰곰이 생각한다. 말소리에 담는 마음을 헤아린다면, 추킴말도 꾸지람도 없다. 오직 서로 흐르면서 이을 마음 하나가 있을 뿐이다. 서로 마음을 읽으면서 잇는다면, 한결 사근사근 말할는지 모르나, 말결은 안 대수롭다. 담은 속내가 빛나느냐 꾸밈말이냐 발림말이냐 사랑이냐를 살피면 된다. 사랑이 없이 발림말을 읊으면 서로 고단하다. 빛나는 넋은 없는데 꾸밈말만 이으면 지친다. 《그리운 순난앵》은 왜 일찌감치 판이 끊어져야 했을까. 아름책이라 해서 판이 안 끊어져야 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 외곬로 책이 읽힌다. 새뜸이 다루는 글부터 외곬이요, 누리책집에서 장사하려는 책도 외곬이며, 배움터 길잡이가 펴는 배움책도 외곬이다. 고루눈을 뜨면서 두루길을 밝히려는 어진 일꾼이 턱없이 모자라다. 왜 그럴까 하고 돌아보면 길은 늘 하나이다. 스스로 살림하지 않고, 스스로 아이를 돌보지 않는데, “아이 곁에서 이 삶을 사랑하는 마음”하고 동떨어진 채 쏟아지는 글이란 허깨비일 뿐이다. 아이 곁에서 아이하고 함께 누리고 나눌 마음이라면 모두 아름답게 가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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