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탈락 2024.5.4.흙.



가랑잎이 가지를 놓고서 땅한테 폭 안길 적에 ‘떨어지다’라고 하는구나. 빗방울이 하나둘 들을 적에 하늘에서 ‘떨어지다’라고 하지. 위나 높은 데에 있다가 밑이나 바닥으로 가면 ‘떨어지다’로 여겨. 위에 있기에 나아서 ‘떨어지다’라고 할까? 밑이나 바닥으로 가면 나빠서 ‘떨어지다’라고 할까? 곰곰이 볼 수 있다면 ‘떨어지다·떨구다’는 ‘땅’하고 맞닿거나 만나려고 쉬는 길이야. 어느 곳이든 ‘곳’이란다. 제아무리 높아도 해나 별에 대면 “땅바닥하고 마찬가지”란다. 그리고, 물은 늘 새롭게 흐르려고 먼저 바닥을 치고서 높이 솟고는, 다시 신나게 곤두박을 치는데, 고요하던 물이 물결을 치면, 바로 이때에 노래가 생겨나. 바닥치고 솟고 떨어지고 오르는 길을 흐르면서 숨결이 새롭게 노래가 태어나. 나무가 가지에 매달던 잎을 놓기에, 나무는 속으로 테(나이테)를 늘리면서 자라고, 이때에 노래도 자라지. 자라려 하기에 오르내려. 자라고 싶기에 붙다가 떨어져. 자라는 동안에 떨구고, 울기에 웃는 길을 스스로 찾아내. 눈앞에 있는 일을 어떻게 보려는지 헤아리렴. 코앞에 닥친 일이라서 “발등에 떨어진 불”일까? ‘때(시간)’란 따로 없는 줄 아니? 네가 ‘때·곳’이 따로 없는 줄 알면서 ‘나·너’가 있으면서 모든 일이 새롭게 흐르면서 이야기를 이루는 줄 제대로 바라본다면, ‘떨어진’ 잎은 새롭게 내딛는 첫발이로구나 하고 배우겠지. 기쁘게 맞이하고 반갑게 품고서 새록새록 돌아보기를 바라. 곤두박춤을 누리는 제비를 그려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